전통적으로 퇴직금은 직장인들의 유일한 노후보장 재원으로 인식됐었다. 근로기준법 제정 당시부터 퇴직금 중간정산(근로자가 퇴직 전 이미 계속 근로한 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사용자에게 정산 요구할 수 있는 것)을 인정하고 있었지만, 기업들의 소극적 태도 때문에 근로자들이 쉽게 이용할 수 없었다.
IMF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고용시장이 급변했다. 종신고용의 틀이 깨지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강조되면서, 기업들은 정리해고를 보다 쉽게 할 수 있는 연봉제 등 단순한 임금체계를 선호하게 되었다. 퇴직금 중간정산에 인색했던 기업들이 나서서 근로자들에게 중간정산을 종용하였고, 근로자들도 재테크 열풍에 편승하여, 종자돈을 마련할 목적으로 중간정산에 응하는 추세였다.
임금체계 단순화와 관련하여, 기업들은 퇴직금 중간정산과 함께「퇴직금분할지급약정」을 통해, 예상 퇴직금을 분할하여 월급 등에 포함시켜 미리 지급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해고 편의와 목돈 퇴직금을 일시에 지급하는 부담을 덜려는 의도였다. 그런데 이런 방법은 임금 및 퇴직금 정의에 관한 법규와 법해석과 관련하여 중대한 문제가 있었다.
단적인 예로 분할퇴직금을 수령한 근로자들이 퇴사 후 제기한 퇴직금 청구소송에서, 법원은 퇴직금 명목으로 분할하여 임금과 함께 지급한 돈은, 당사자간 약정에 의한 것이라도 적법한 퇴직금 지급이라 할 수 없어 무효이다. 그러므로 사용자는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이처럼 분할 지급된 퇴직금이 무효라면, 그 돈의 성격은 무엇이며, 사용자가 근로자로부터 반환받을 수 있는가?
이 문제에 대하여 하급법원 판례가 통일되지 않아 혼란이 많았는데, 2010. 5. 20. 선고된 대법원 2007다90760 퇴직금 판결에서, 위 언급된 문제들이 일거에 정리되었다. 일부 대법관의 소수의견이 있었지만, 다수의견은 ‘분할 지급된 퇴직금은 본래 의미의 퇴직금이라 볼 수 없고, 퇴직금 중간정산에 의한 지급이라 할 수도 없으며, 근로기준법이 정하는 임금이라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근로자가 퇴직금 명목으로 월급에 포함되어 지급받은 돈은 부당이득(민법 제741조)에 해당되므로, 사용자에게 반환하는 것이 공평하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사용자 입장이 반영된, 퇴직금 이중지급 위험을 참작한 형평성을 강조한 판결로, 향후 하급심판결의 표준이 될 것이다.
퇴직금관련 새로운 정보를 제공한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부칙 제1조는 2010년을 넘지 않는 기간 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날부터「4인 이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도 퇴직금 규정을 적용하도록 하였다. 그동안 퇴직금 혜택에서 소외되었던 4인 이하 사업장도 위 시행령이 제정되면 퇴직금을 보장받게 된다. 아마 그 시기는 늦어도 2011년부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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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4.16 화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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