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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 뒷바라지 한 여성의 공(功)도 잊지말아야"
[원로에게 듣는다]-5 이무자 충서재가복지센터장
2010년 02월 03일 (수) 09:29:46 이상우 기자 editor@charmnews.co.kr
   
‘암탉이 울어야 집안이 흥하는 세상’이 된 지 오래고, 사회 전반에서 여성의 역할은 갈수록 커져 이제는 남성의 소외를 걱정해야 할 정도가 됐다. 한 방송프로그램에서는 이런 현상을 빗대 ‘남성인권보장위원회’라는 코너까지 만들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여성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이 남아 있어 사회적 약자로서 여성들이 겪어야 하는 어려움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새해를 맞아 마련한 <원로에게 듣는다> 다섯 번째로 우리 지역 최초의 여성사무관이었으며, 퇴임후에도 왕성한 사회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이무자 충서재가복지센터장(69. 여)을 지난 28일 만났다.

이무자 센터장은 “지난 6.70년대 남성들이 산업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이제는 그 덕으로 나라의 위상이 몰라보게 달라져 당시의 피와 땀이 공(功)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그 남성들을 뒷바라지했던 여성들의 공(功)은 너무 인색하게 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이어 “당시 여성들은 자기를 위해서는 돈 한푼도 아까워 쓰지 못하고, 남편과 자식들을 위해서라면 닥치는 대로 몸이 부셔져라 일만 했다”면서 “그때 제대로 몸을 챙기지 못한 7.80대 할머니들의 지금 상황을 보면 눈물이 날 지경”이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 요즘 근황은.
교회에서 부설로 운영하고 있는 충서재가복지센터장을 맡아 일하고 있으며,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 6시까지 근무한다. 나이는 많아도 일을 하다보니 머리 속이 늘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건강에도 이상이 없다. 운동은 시간이 나지 않아서 자주 하지는 못하지만, 많이 걸으려고 노력한다. 청국장을 좋아하고, 틈나는 대로 책도 읽는다.

- 재가복지센터는 어떤 일을 하는가.
장기요양보험법에 의해서 2008년 7월부터 시행 중인 정책사업인데, 요양등급을 받은 어르신들을 요양보호사가 직접 가정으로 찾아가서 돌봐 드리는 서비스다. 요양보호를 받고 있는 어르신 중 할머니들이 많다. 그 분들은 젊어서는 자식을 키우고, 논밭에 나가 일만 하신 분들인데, 지금은 골격까지 비틀어진 분들이 많다.
지난 6.70년대에 남성들이 산업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이제는 그 덕으로 나라의 위상이 몰라보게 달라져 당시의 피와 땀이 공(功)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그 남성들을 뒷바라지했던 여성들의 공(功)은 너무 인색하게 대하는 것 같다.
당시 여성들은 자기를 위해서는 돈 한푼도 아까워 쓰지 못하고, 남편과 자식들을 위해서라면 닥치는 대로 몸이 부셔져라 일만 했다. 그때 제대로 몸을 챙기지 못한 7.80대 할머니들의 지금 상황을 보면 눈물이 날 지경이다.
요즘은 요양보호제도가 많이 개선돼 요양대상 어르신의 가족도 요양보호사가 될 수 있어 다행이다. 보령에는 요양보호사 양성기관이 4곳 정도 된다.

- 여성으로서 공직에 나서게 된 계기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냥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 도전을 했고 운 좋게 공무원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공직사회 내부의 여성에 대한 편견이 너무 심했다. 당시만 해도 여성에게는 비중있는 업무를 맡기지 않았다. 처음으로 담당했던 업무는 ‘가정의례 준칙’을 국민들이 지키도록 계도하는 일이었다. 지금은 그런 일이 다 없어졌다.
공무원이 되고 나니 제대로 일해보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그래서, 당시 군청이 주관해서 간소하게 결혼식을 치러는 일을 추진했는데, 휴일이나 명절을 따지지 않고 결혼식을 치렀더니 당시 송희섭 군수가 ‘이 여사 때문에 일요일도 쉬지 못한다’고 한숨을 쉴 정도였다. 1971년도에는 전국에서 보령군이 가장 많은 결혼식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은 부시장으로 퇴직한 한 분도 그때 내가 결혼식을 마련해 준 분이다.

- 공직생활 중 기억에 남는 일은.
우리나라가 기록문화가 빈약하다. 왕조실록 같은 비중있는(?) 기록들은 소중히 여기면서도 일반 국민들의 기록은 전무하다 시피하다. 안타깝다. 한번은 사회복지시설을 담당하고 있을때인데, “보령원에서 자란 아무개”라면서 “친부모를 찾고 싶은데 당시 자료를 좀 얻을 수 있느냐?”고 전화가 왔는데, 결국 그 자료를 찾을 수 없었다.
당시만 해도 국정에 관련된 기록들은 잘 보관하면서도 그런 기록들이 개인이라는 이유로 무더기로 폐기됐다. 가슴 아프다.

- 보령에서는 최초의 여성 사무관이셨다고 들었다.
사실 여성 면장을 한번 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군수님에게 면장한번 해 보면 안될까요? 했더니 군수님이 골치 아픈 일도 많은데 그래도 좋아요? 하시길래 ‘그래도 좋다’고 대답하면서 같이 웃었다.
결국은 1992년 국가에서 전국적으로 가정복지과를 신설하면서 반드시 여성을 과장으로 임명하라고 강제하는 바람에 계장 17년만에 사무관이 됐다.
내가 못 이룬 여성 면장의 꿈을 후배들이 이뤄 준 것이 참 대견하다.

- 공직에 있는 여성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공직에 있을때도 후배 공무원들을 강하게 지도하고 싶었다. 남자들처럼 책상 나를 자신이 없으면 다른 과로 가라고 말했을 정도다. 지금은 육아휴직처럼 제도가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이 많다. 보령시청에는 반드시 보육시설이 설치돼야 한다. 그래야 많은 여성 공무원들이 마음편히 업무에 최선을 다할 수 있다. 비록 비중있는 업무가 아니더라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위축되지 말고 더욱 자기를 계발해서 기회가 주어졌을 때 놓치지 않도록 준비해야 한다. 예전에는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고 했는데, 요즘은 암탉이 울어야 집안인 흥한다.

- 고령화 시대에 노인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그동안 노인문제는 방치돼 왔다. 최근에는 제도적으로 개선되면서 노인일자리 만들기나 요양보호 등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인 스스로 생산적인 존재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 아이가 친구에게 ‘할아버지가 이메일을 보내줬다’고 자랑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노인 스스로도 무엇인가 보여줄 것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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