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을 방문하고 돌아온 이완구 충남도지사의 첫 행보는 행정복합도시(세종시) 수정논란에 대한 대응이었다. 이 지사는 27일 오전 무기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유한식 연기군수를 격려 방문했다. 이어 <충남지역언론연합>등 충남 풀뿌리 주간신문 기자들과 별도 기자간담회를 갖고 세종시 논란에 대한 자신의 해법을 밝혔다.
이 지사는 이날 자신의 집무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세종시는 반드시 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며 "일단 원안대로 추진한 후 시간을 갖고 중지를 모아 논의해 보완하자"고 제안했다. 법에 있는 그대로 추진하면서 차후 문제가 생기면 그때 가서 논의해서 보완 또는 채워나가자는 안이다.
이 지사는 "세종시 논란으로 국론이 분열돼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반대의견에 귀 막고 내가 옳다는 식의 제로섬(zero-sum)이 아닌 포지티브 섬(positive-sum)으로 윈윈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세종시를 놓고 행정효율성과 국가균형발전으로 가치관이 상충돼 있다"며 "이 같은 이견을 연내에 끝내자고 하기보다 열린 마음으로 여유를 갖고 시간을 갖고 더 논의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세종시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에 대한 논평을 요구하자 "국가원수인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에 대한) 공식적 언급이 없는 상황에서 추론을 근거로 현직 지사가 대통령을 거론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지사는 이번 일본 순방에서 일본 오사카에 본사를 둔 모리타(Morita)사가 충남 아산에 1천만 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제조용 최첨단 전자재료 생산설비를 조성하는 투자협약을 제결했다.
다음은 이날 이 지사와 한 세종시와 관련 주요 인터뷰 요지.
- 세종시 수정 논란이 거세다. 비효율성이 세종시 수정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입장과 견해는? "세종시 건설은 국토의 효율적 활용을 통해 국가 전체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것인데 지엽적인 행정의 효율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행정의 비효율이 전투라면, 국가 비효율의 문제는 전쟁에 비유될 수 있다. 행정의 비효율성을 들어 좁은 수도권에 모든 기능이 집중되고 국민 모두가 이전하기를 원한다면 국가의 효율성은 어떻게 되겠는가? 좀 더 큰 차원에서 보면, 국가정책을 단순히 효율성 측면에서만 다루는 것은 적절치 않다. 세종시 건설은 위헌논란을 거쳐 국민적 합의로 결정되고 대통령이 공약한 정책을 실천하는 것으로 국가와 국민간의 신뢰의 문제이다. 정부가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 되므로 세종시 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 정부는 자족 기능 강화를 이유로 행정도시가 수정돼야 한다는 입장인데? "세종시는 6개 권역으로 나뉘어 자족기능을 확보하고 있다. 우선, 중앙행정타운에는 9부 2처 2청 등 행정기관 40 여개 기관을 배치하고, 인접지역에 중앙부처의 국제 업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국제회의장, 각종 문화시설 및 비즈니스센터 등이 입주하는 문화국제교류 기능지구를 두고 있다. 또한, 도시의 생산기능을 확보하기 위하여 출판, 영상, 광학 관련 업체들을 유치할 수 있는 첨단지식기반 기능지구가 있다. 이 밖에도 대학-연구 기능지구, 의료-복지 기능지구, 도시행정 기능지구, 첨단지식기반 지구 등이 계획돼 있다. 세종시 원안이 자족기능이 부족하다고 보지 않는다."
- '행정중심'의 '자족형 복합도시'가 세종시 본래 모습이라는 얘기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정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그 부분이 답답하다. 원안대로 추진할 경우 당연히 자족형 도시가 건설되는데 세종시를 기업도시, 녹색도시, 교육도시로 성격을 변경하고자 하는 것은 행정기관 이전을 배제하기 위한 논리에 불과하다. 만약 자족 기능이 부족하다면 현 계획에 추가적으로 '플러스 알파'를 더해 추진하는 것이 국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부합하고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 행정기관이 이전하지 않는 세종시를 만든다면 124개 공공기관을 이전하여 만드는 혁신도시는 어쩔 셈인가?"
- 현 시점에선 제시된 대안에 대해 충분히 공론화를 통해 검증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기업도시, 교육·과학도시, 송도형 경제특구 등 각 대안에 대한 입장은? "행정 기능이 없는 세종시는 자족기능을 갖추기가 불가능하다. 기업도시의 경우 2009년 10월 현재, 원주, 충주, 무주, 태안, 무안, 영암-해남 등 6개 기업도시 중 태안만 계획대로 정상 추진되고, 나머지 5개 기업도시는 수익성 문제로 사업추진이 지연되고 있다. 교육과학도시의 경우 서울대가 이미 입장을 밝혔듯 수도권에 있는 대학을 설득하여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송도형 도시란 경제자유구역으로 변경하여 기업도시를 하자는 것인데 2003년 이후에 지정된 6개의 경제자유구역 중 인천을 제외하면 투자유치 실적은 미미하다. 입지가 탁월한 황해경제자유구역도 호텔 2천만 달러 MOU 체결한 것 이외엔 부진한 실정이다. 새만금, 대구 등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의 관문이 그러한데 연기에 어느 기업이 오겠는가?"
- 충남도지사의 입장을 떠나 한 정치 지도자의 입장에서 객관적, 합리적인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나. 그 이유는 무엇인가. "세종시는 반드시 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 일단 원안대로 추진한 후 시간을 갖고 중지를 모아 논의해 보완하자. 세종시 논란으로 국론이 분열돼 있다. 이럴 때 일수록 반대의견에 귀 막고 내가 옳다는 식의 세종시 논란으로 국론이 분열돼 있다"며 "이럴 때 일수록 반대의견에 귀 막고 내가 옳다는 식의 제로섬(zero-sum)아닌 포지티브 섬(positive-sum)으로 윈윈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종시를 놓고 행정효율성과 국가균형발전으로 가치관이 상충돼 있다. 이 같은 이견을 연내에 끝내자고 하기보다 열린 마음으로 여유를 갖고 시간을 갖고 더 논의해 나갈 필요가 있다. 아울러 오늘 연기에서 열 리는 세종시사수 결의대회도 극단적으로 하지 않았으면 한다. 극단적 방법을 동원하면 상대방의 동의를 만들기도, 본질이 왜곡될 우려가 있어 피했으면 좋겠다"
- 정부가 연내 행정도시 수정을 강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어떻게 보나. "국무총리실을 중심으로 위원회를 구성하고 대안을 구체적으로 모색하기로 했다고 알고 있다. 부디 국가발전과 후손들의 삶의 질 차원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근원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마련되어지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세종시와 혁신도시가 갖는 의미를 재확인하고 세종시 개발계획을 일독하기를 권한다. 세종시 원안보다 나은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대안을 갖고 객관적 사실과 자료를 근거로 대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를 기대한다."
- 이명박 대통령이 '행정도시의 원안은 변함이 없다. 자족형 명품도시로 만들겠다'고 공약했지만 최근에는 원안 수정으로 변화된 입장을 보이는 것 같다. 이에 대한 입장은? "아마도 주위에서 이런 저런 말들을 많이 하니까 꽤 어려울 것이다. 분명한 것은 대통령께서 세종시 수정에 관해 공식적인 말씀을 하신 적이 없다는 점이다. 대통령께서는 기본적으로 발전과 긍정의 역사관을 가지신 분으로 현재의 논란을 현명하게 해결하실 것으로 본다. 다만, 지역의 책임자로서 이 문제를 국가와 지역 발전의 전기로 만들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 원안수정을 시사했음에도 이에 대해 단 한 번도 입장 표명이 없었지 않나? "국가원수인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에 대한) 공식적 언급이 없는 상황에서 추론을 근거로 현직 지사가 대통령을 거론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현직지사가 (대통령에게) 지켜야할 기본적인 예의라고 생각한다."
- 그동안 '세종시에 지사직을 걸겠다'고 공언해 왔다. 세종시 수정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계획과 방안은? 무엇인가 "지사로서 도민의 가장 큰 현안에 대해 직을 걸겠다는 것은 도민의 뜻을 받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선출직은 그를 뽑아준 사람들의 뜻을 국정과 도정에 반영할 의무를 갖고 있다고 본다. 지사로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세종시 원안 추진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세종시 문제가 국가발전과 지역발전의 전기가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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