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대천역 문화관광지구내에 들어 설 계획인 이문구문학관이 유족측과의 이견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곤순서예관에 대해서도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 되고 있다.

보령시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옛 대천역 주변을 문화관광지구로 지정받아 2012년까지 482억을 투입해 이문구문학관, 이곤순서예관 갯벌생태관 등을 건립할 계획이다.

이를위해 지난 6월 대천역문화관광지구 조성사업 건축설계경기를 통해 ‘Blue Weaving'을 선정 한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생존작가를 위해 국비를 들여 서예관을 짓는것이 다른 작가들과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고 특정인에 대한 특혜라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그간 서예계 관례상 생존작가를 위한 기념관이나 서예관은 본인이 사재를 들여 전시관 등의 건물을 짓거나 땅을 희사한 경우가 간혹 있지만, 전액 국비로 서예관을 지어주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경우라는 것이다.

또, 보령출신으로 중앙 서예계에서 이름을 떨치며 활약하고 있는 신두영 선생이나, 지하윤 선생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보령지역의 서예계를 과거에서 현재까지 소개하는 것이 아닌 특정인의 이름을 딴 장암 이곤순선생 서예관으로 결정한 근거가 미약하다는 것이다.

현재 생존작가 중 대한민국 서예계에서는 유일한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자 당대 최고의 서예가로 인정받고 있는 동강 조수호 선생도 아직 본인의 이름을 딴 서예관이 없다.

또, 동강선생과 쌍벽을 이루고 있는 초정 권창륜 선생은 국비를 지원받아 올해 경북 예천에 초정서예연구원을 개원했지만 연구원 부지를 본인이 희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 지역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A씨(46)는 “장암 이곤순 선생이 대전출신 송암 정태희 선생과 더불어 현 충청 서예계의 거목인 것은 분명하지만 전액 국비로 서예관을 지어준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단순히 보령 출신이라는 것이 중요하다면 중앙 서예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른 작가들은 왜 배제 되었는지 궁금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A씨는 이어 “작품 기증 의사를 밝혔다고 하는데 그럼 다른 사람이 가치있는 작품을 보령시에 기증한다고 하면 또 다시 그 사람 이름을 딴 서예관을 지어 줄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B(47)씨는 “여초 김응현 선생이나, 초정 권창윤 선생처럼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분들의 서예관은 그 지역 관광자원으로서도 큰 의미가 있다”며 “하지만 이곤순 선생의 이름을 딴 서예관이 전국 서예가들이 찾을 수 있는 관광자원으로서는 약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문화관광지구에 서예관이 들어선다면 현재 생존해 있는 특정인의 이름을 딴 서예관이 아닌 보령의 역사와 함께한 낭혜화상백월보광탑비등의 소개와 지역출신 출향작가, 향토작가 모두를 아우르는 서예관이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보령지역의 특산품인 오석을 중심으로 한 서예작품들의 탁본을 모아 전시하는 또 다른 방법도 제시했다. 유명한 인물들의 비석은 대부분 남포 오석에 당대 최고의 서예가들이 글을 써 제작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편, 시 관계자는 “이곤순 선생은 국전 초대작가로 현재 왕성하게 활동 중이며 서예관이 개관되면 소장하고 있는 작품을 다수 기증할 의사를 밝혔다”라며 “서예관은 특정 건물을 별도로 짓는 것이 아니라 이문구문학관과 연계해 전시실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추진 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문구문학관은 유족측과 많은 부분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돼 빠른 시간내에 원만한 협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