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급작스런 서거는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이후, 국민장으로 치러진 7일간의 장례기간 동안 전국은 추모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보령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달 24일 동대동 한내로터리 원형광장에 차려진 분향소에는 시민들의 조문행렬이 끊이지 않았고, 광장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글을 담은 노란색 천들이 가득 메웠다.

분향소를 운영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보령시민 모임’은 국민장 기간동안 모두 1만1천여명의 시민이 분향소를 찾은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영결식을 하루 앞둔 28일에는 밤 늦은 시간까지 분향을 기다리는 대기줄이 약 150여미터나 이어졌다.

보령시민들이 보여준 이런 뜨거운 추모 열기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분향소 철수 이후에도 미처 조문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 하는 시민들도 있다.

이처럼 뜨거웠던 지난 7일간의 국민장을 ‘보령시민 모임’에 참여했던 김은수씨로부터 들어봤다.

[인터뷰 전문]

- 보령 분향소는 어떻게 설치됐나
지난달 24일 오후, 노사모를 비롯해 노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시민들이 모여 분향소를 설치하게 됐다. 전임 국가 지도자의 서거에 대한 당연한 예의와 예우를 갖추기 위해서 분향소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 분향소 위치가 시민들이 조문하기 좋았던 것 같다
당초 대천천변이나 문화원도 생각했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했던 ‘소통’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한내로터리 원형광장으로 정했다. 결과적으로 시민들의 접근성도 좋고, 의미도 살릴 수 있었던 것 같다. 원래 한옥은 마당이 있지만, 서양에는 마당이라는 개념이 없어 광장이 필요했던 것인데, 요즘은 우리의 거주형태도 서구식으로 바뀌다 보니까 광장이 주는 의미가 큰 것 같다.

-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국민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뭐라고 생각하나?
넘어지려는 울타리는 지지대를 세워주고 벼랑 끝에 내몰린 사람에게는 손을 내밀어 줘야 하는데 요즘 우리가 살아가는 인심은 구경만 하거나 오히려 넘어뜨리려고 하는 것이 아닌지 돌아보게 됐다. 특히, 사회 본류에 포함되지 못하고 사회적 안전망에서 떨어져 나가는 사람들에게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것처럼 모든 권력을 내려놓은 권력자가 느껴야 하는 아픔이며 절망이었을 것이다.

- 우리 국민들은 어떻게 그 메시지를 받아들여야 할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최고 권력을 가졌을 때에도 결코 권력기관을 손아귀에 넣지 않았다. 국정의 효율성을 위해서는 권력기관의 힘을 빌어야 하는데도 민주적 절차라는 원칙과 소신을 위해서 그렇게 하지 않았다. 어찌보면 그 권력 수단에 의해 덫에 걸린 것이다. 이번에 보여준 국민들의 추모 열기는 결국 노 전 대통령의 원칙과 소신이 옳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겨진 우리에게도 그런 원칙을 지켜내야 한다는 과제가 남겨져 있다. 또, 이웃과 더불어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 보령에서의 뜨거운 추모열기는 어떻게 평가하나?
아침일찍 오셔서 아무 말없이 국화 한 상자를 놓고 간 사람, 뭐라도 도울 것이 없느냐?고 묻는 사람, 회사에서 사용하는 교통 안내판을 놓고 간 사람, 자원봉사자로 나서 분향소를 지킨 사람, 일일이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분들이 힘을 보태 주셨다. 이분들의 자발적인 희생과 노력들이 보령시민들의 추모열기를 불러 일으켰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국민들의 마음이 하나로 모아진 것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고 본다.

- 이후의 구체적인 활동 계획은 있나?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보령에도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시민단체가 탄생하는 모판이 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그동안 지역문제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주로 이익집단이나 해당 주민들 외에는 없었는데, 이번을 계기로 양심적인 세력들이 결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조문객이 있는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주 작은 비석을 만드는데 써 달라고 돼지 저금통을 내 놓은 어느 초등학생의 모습에 다시금 희망을 느낄 수 있었다. 사회가 비정하고 이기적인 처세술이 만연한 것 같지만, 결국 사람에게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것 같다. 참여해 주신 모든 시민들에게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