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략)…… 폐하께서는 오히려 그들을 믿으시어 부리고, 총애받는 신하와 뭇 흉악한 무리들이 금방 러시아에 붙었다 금방 일본에 붙었다 하여, 마침내 외화를 초래하고 가렴주구하고 탐학한 무리들이 안을 좀 먹고 밖을 갉아 대어 마침내 여러 정무를 어지럽히는데 폐하께서는 오히려 그들을 총애하여 가까이 하시니……(중략) 진실로 힘을 헤아리지 않고 일본을 배척하기보다는 마땅히 해야 할일을 하는 것이 나을 것이며, 또한 지혜를 헤아리지 않고 일본에 붙는 것보다는 마땅히 해야 할 도리를 행하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일본을 배척하면서 화를 배양한 자들과 일본에 붙어 화를 초래한 자들이 모두 오늘의 종사를 망치고 기반을 뒤집는 역신입니다…… 교육으로는 넓히기를 힘쓰시고, 법률로는 밝게 하기를 힘쓰실 것이며, 안으로는 가렴주구하는 신하를 제거하시고, 밖으로는 탐욕스럽고 모진 관리를 엄히 다스리시면, 나라의 공업이 날로 공고한 데로 나아가고 이웃의 업신여김도 해가 감에 따라 점차 저절로 물러가서 나라는 부유해지고 백성들은 강해질 것이며, ……(하략)
이 글은 1905년 12월 보령사람 석람 김광제 선생이 일제가 을사5조약을 강제체결하자, 이에 울분을 참지 못해 동래경무관 관직을 사임하고, 배일 및 내정부패 탄핵상소를 올린 비분강개조의 글이다. 역사속의 바른 인물 김광제 선생이 국채보상운동을 총 지휘하였음에도 그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 몇 가지의 자료들과 함께 이글을 써본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국채보상운동은 1907년 1월 30일 대구에서 광문사 사장 김광제와 부사장 서상돈에 의해 제창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좀 더 정확히 거론하면 대구사람 서상돈의 발의에 김광제 사장 등이 동의하여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오고 있다.
그러나 당시 김광제 선생이 작성하고 발기연설을 한 연설문의 내용 등 관련 자료들을 검토하고 보니 국채보상운동의 핵심인물이 서상돈 선생으로 다루어지고 있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이는 당시 서상돈 선생이 대구지역의 경제를 좌지우지 할 정도의 인물이라는 점도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서상돈 선생의 역할과 업적은 널리 추앙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보령사람 김광제 선생의 활동, 사상, 배경 그리고 국채보상운동을 교육과 노동자 서민운동으로 이끌어 내신 선생의 발자취를 생각해 볼 때 선생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보령사람들의 몫으로 남아있다.
발기문에서도 보여지듯이 국채보상운동의 당위성과 전 국민의 일심합력을 강조하면서 “본인부터 흡연의 제구를 파쇄”하고 이를 당장 실천하기를 역설한 것으로 보아 항일구국 국채보상운동은 김광제 선생이 발기 및 총지휘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자료에 의하면 본시 국채보상운동은 대구지역에 앞서 부산 동래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즉, 김광제 선생이 동래 경무관을 지냈고 당시 동래 지역의 많은 인사들과의 교분을 생각할 때 부산 동래에서의 항일 구국 활동이 대구의 광문사를 통해 그 꽃을 피웠다고 보는 것이 일면 타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채보상기성회 취지서』, 대한매일신보, 1907년 2월 27일 논설)
김광제 선생은 우리고장 웅천 평리에서 태어나 무과급제, 훈련원검정, 통정대부, 비서원승, 호남시찰사, 동래경무관을 지냈다. 보령사람인 선생이 무연고인 대구를 찾은 것은 당시의 시대상황을 볼 때 순전히 애국계몽운동을 하기 위해서 였을 것이다. 선생이 국채보상운동 뿐 아니라 중국에서의 일신학교 설립, 조선노동대회 전국연합회 회장 및 경성본부장 등 애국교육활동과 노동운동가로 구국활동을 펼쳤던 문장가였던 것에 비해, 서상돈 선생은 광문사 부사장으로서의 역할외에 별다른 활동이 없었던 점 또한 선생의 역사적 재평가를 의미하는 부분일 것이다.
보령사람 김광제 선생은 1920년 6월 9일(음) 마산에서 55세의 나이로 갑자기 돌아가신다. 누군가에게 초대되어 밥을 드신 뒤 수시간 복통으로 신음하다 사망했다. 후일 일제의 독살로 추정된다는 설도 있으나 확인된 것은 없다. 당시 선생의 영결식을 갖기 위해 노동조합원 7만명이 운집하자 일경이 겁을 먹고 유해운구를 방해하여 하루 지연시킬 정도로 선생의 영향력이 살아 있었다고 한다.
국채보상운동이 누구에 의해서 시작되었는가를 논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패망의 촌각을 다투던 시대적 상황을 꿰뚫고 구국의 열정을 다 바친 보령사람 김광제 선생의 애국계몽운동을 이제 우리가 다시 되새겨보고 보령사람의 자긍심을 일깨우는 시도(재평가)는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참여아래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독립지사김광제선생유고집 증보판,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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