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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로 얻은 '장애'딛고 '희망'을 빚는 사람
[특집 칭찬릴레이]조규승 보령자립센터 부회장
2009년 04월 20일 (월) 09:34:17 이상우 기자 editor@charmnews.co.kr
   
조규승 부회장이 한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바깥 나들이에 나섰다.

"교통사고로 병실 침대 위에서 꼬박 2년을 보냈어요. 죽고 싶어도 누가 도와주지 않으면 죽을 수도 없는 신세였죠. 어느 날 창밖으로 보이는 노란 은행잎을 보고 나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4월 20일. 이날은 곡식에 필요한 비가 내려 못자리를 만드는 날인 ‘곡우’(穀雨)이자 ‘장애인의 날’이다. 우리나라 장애인은 약 25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장애인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깊게 하고, 장애인의 재활 의욕을 높이기 위해 지난 1991년 법정기념일로 지정됐다.

이런 노력들로 예전에 비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많이 개선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누군가의 도움이 무한정 필요한 존재라는 인식도 여전해 오히려 장애인의 자립에 방해가 되는 경우도 있다.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지난 2003년부터 중증장애인들의 자립을 돕고 있는 조규승 보령중증장애인자립생활센터(이하 보령자립센터) 부회장을 만났다. 조 부회장이 다니는 교회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조금 먼저 도착해 보니 교회 앞마당에는 이름모를 노란 꽃들이 올망졸망 피어있다.

예배를 마친 조규승 부회장은 편안한 점퍼차림에 손에는 스포츠 장갑(손가락 부분이 뚫려있는)을 낀 채 수동 휠체어를 힘차게 끌고 나왔다. 그 자신도 지난 97년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중증장애인이기 때문.

먼저, 최근 보령자립센터가 사무실을 마련한 얘기를 물었더니, 보령자립센터의 탄생에서부터 현재까지의 파란만장했던 과정이 구구절절 쏟아져 나왔다.

“막상 장애인이 되고 보니 이 사회가 장애인이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이를 고쳐보려고 해도 혼자만의 힘으로는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그러던 중 같은 생각을 가진 김진현씨를 만나 ‘보령중증장애인자립생활연대’를 시작했어요.”

이후 2년동안 이들은 장애인단체에서 조차 소외돼 있던 중증장애인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장애인 스스로 자립해야 한다’는 뜻을 모아 지난 2005년 5월 25일, 보령댐 공원에서 회원 40명과 자원봉사자 10여명으로 정식 창립식을 열게 된다.

하지만, 뜻을 같이하는 장애인들은 모였지만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한 상황이 됐다. 그래서, ‘장애인 편의시설 실태조사’부터 시작했다. 장애인들이 일상생활에서 자주 방문하게 되는 행정기관, 경찰서, 병원, 은행, 극장 등에 설치된 편의시설이 법 규정에 맞는지? 법에는 위배되지 않더라도 불편한 점이 무엇인지? 일일이 방문조사를 감행(?)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담당자들이 왜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을 ‘별도로’ 설치해야 하는지 모를정도로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어요. 그래서, 장애인들도 그 사람들의 ‘고객’이라는 사실을 설득하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사실 행정기관, 병원, 은행 등은 장애인 때문에 이익을 보는 곳이거든요. 하지만, 금방 성과를 얻지는 못했어요. ‘그냥 저러다 말겠지’라고 생각했는지 편의시설 조사결과를 보령시나 해당 시설에 보내줘도 별 반응이 없었어요.”

하지만, 이런 노력이 매년 되풀이 되면서 보령시 주요 시설물들의 장애인 편의시설이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보령아산병원은 급경사였던 휠체어 경사로를 다른 방향으로 다시 만들었고, 1층에는 전동스쿠터가 회전할 수 있을 정도로 큰 화장실이 새로 설치됐다.

또, 국민은행 대천지점도 그동안 잠금장치를 해 놨던 후면 주차장을 장애인을 위해 열어두고 포장까지 했으며, 급경사였던 명천종합사회복지관 경사로도 손잡이를 설치했고, 보령우체국도 이전하면서 장애인들이 이용하기 좋은 장소에 ‘장애인 전용 주차장’을 설치했다.

“보령자립센터가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막상 사무실도 없다고 하니까 행정기관에서도 인정을 받지 못했어요. 물론, 회원들이 마땅히 모일 장소도 없었구요. 그래서, 김진현 회장과 제가 사무실 임대료를 내고, 이사들이 운영비를 내서 마련하게 됐어요. 그런데, 간사 인건비나 각종 사업예산이 부족해서 힘들어요.”

이처럼, 보령자립센터에 대해 한참동안을 막힘없이 얘기하는 조규승 부회장의 모습에서 이 일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이쯤에서 기자가 정말 묻고 싶었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잘 생긴 외모에 농협에 근무하면서 촉망받고 있던 37살에 겪어야 했던 교통사고에 대해 물었다.

조규승 부회장은 그동안 많이 들어왔던 질문인 듯 비교적 담담하게 당시를 떠올렸다.

“펄펄한 30대 중반에 거의 식물인간으로 2년동안을 병실 침대에 누워 있었어요. 화상수술, 욕창수술 같은 수술도 7번이나 해야 했고...병 수발하느라 처와 가족들이 고생많았죠. 나도 이대로 죽고 싶었지만 누가 도와주지 않으면 죽을 수도 없는 신세였어요. 그때는 누가 병문안을 와도 솔직히 귀찮을 때도 있었어요. 무슨 얘기를 들어도 위로가 안 됐어요.”

이런 그에게 새 삶을 열어준 것은 바로 병실 밖 은행나무의 은행잎과 천안에 살던 한 중증장애인.

“하루는 밥을 먹으려고 몸을 조금 일으켜 세웠는데, 창밖으로 노란 은행잎이 보였어요. 순간, 밖으로 나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일어서는 연습을 했어요. 일어서면 넘어지고,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고. 이러기를 5개월. 조금씩 다니기 시작할 때 쯤 천안에 산다는 한 중증장애인이 찾아오셔서 자신이 직접 자동차 운전하는 것을 보여주면서 ‘장애인이라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다 할 수 있다’ 라고 격려해 줬는데 그때 ‘나도 할 수 있겠구나’라는 희망을 가지게 됐어요”

이후 조규승 부회장은 1년을 기다린 끝에 국립재활원의 자동차운전 훈련과정을 마치고 지난 2005년 ‘오너드라이버’가 됐다. 다시 자동차만 운전할 수 있게 된 건 아니다.

중증장애인들의 자립을 돕기위한 일을 시작하면서 조규승 부회장은 복잡한 장애인 관련 법체계나 복지제도 등에 대해 많이 배워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대학교 입학.

조규승 부회장은 지난 2004년 수원에 있는 ‘국제디지털대학 사회복지과’에 입학해 3년만에 졸업했다. 대학을 졸업하면서는 ‘사회복지사’ ‘평생교육사’ ‘보육교사’ 자격증까지 따냈다.

“대학에 입학할 당시에 대학입학금이 없었어요. 합격한 곳은 3곳인데 국제디지털대학에서 30%의 장학금을 준다고 해서 무작정 학과장을 졸랐어요. 100% 장학금을 받아야 공부를 할 수 있고 꼭 배워야 한다고 밤낮으로 전화를 했더니, 결국 총장님이 허락해 주셨대요.(웃음) 또, 입학은 했는데 나머지 학비도 걱정이었는데 ‘만세보령장학금’도 신청해서 받았어요. 대학공부를 공짜로 했으니까, 이제는 공짜로 다른 분들을 위해 일해야죠.”

취미가 뭐냐고 물었더니, “음악감상”이라고 말했다. 무슨 노래를 좋아하느냐고 또 물었다. “가곡을 좋아하는데 농협대학을 다닐 때 교내 경연대회에서 1등도 했었다”고 해서 좀 들려달라고 했더니, “교통사고 이후 목에 철 보형물을 넣는 바람에 목소리가 제대로 안 나온다”고.

조규승 부회장은 ‘보령자립센터’가 올해 충남도에 신청한 사업 중 △동료상담 기초과정 △자립생활 아카데미 △중증장애인 여름수련대회 △장애인 편의시설 체험 조사사업이 선정됐다고 자랑했다. 특히, 동료상담 프로그램은 조규승 사무국장에게 희망의 빛을 제시했던 천안의 한 중증장애인과 같은 역할로서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또, ‘보령자립센터’의 사무를 책임질 간사를 운영하기 위해 ‘사회적일자리’를 신청해 놓고 있으며, 중증장애인을 위한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보령시에 관련 조례를 제정해 주도록 청원서를 제출했다.

조규승 부회장은 “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하는 각종 법률이 있고, 행정기관에는 담당 부서와 직원도 있지만, 장애인이 스스로 나서지 않으면 장애인 자립은 결국 화려한 말잔치일뿐”이라면서 “이런 생각을 가진 장애인들이 하나 둘 힘을 합치고 모여야 자립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부회장과 대화를 마치고 교회를 나서는데 그를 기다리면서 봤던 교회 마당의 노란 꽃들이 예사로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의 희망이 될 수도 있기에.

보령자립센터 인터넷 카페: http://cafe.daum.net/bril
조규승 부회장 손전화: 010-8411-6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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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미
2009-04-27 17:43:12
향기가 바람을 타듯이...
향기가 진하고 탐스러운 꽃은 지기 쉽지만 들에 핀 들꽃은 사철을 나기도 하지요. 또한 그 꽃의 자태는 사람의 마음을 따스하게 만든답니다.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일들이 순조롭게 이뤄지길 바랍니다.
오종행
2009-04-27 11:19:05
따뜻한 봄날~~ 아름다운 동행!!!
조규승 부회장님을 비롯한 여러분들께서 그동안 고생하시고 노력하신 결과가 이렇게 알찬 결실로 매져지는거 같아 사랑과 기쁨으로 감사의 인사를 대신합니다.
민경아
2009-04-26 14:34:01
고고씽~~~
부회장님취미가 음악감상이었다니...ㅎㅎ 독서가 더 어울릴거같은데!!!
하고자하는일이 잘 이루어졌음 바랍니다..쉬운일은 없겠지만요~~
박종배
2009-04-26 11:00:02
조 부회장님 ~~~~홧팅 ^^*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 답습니다 건강 잘 지켜 가면서 뜻한 모든 일들 다 이루어지는 그날 까지~~~조규승~~~홧팅~~^^*
김진현
2009-04-25 01:51:34
장애인동지
장애인 운동의 동지인 조규승 부회장님, 어려운 현실운 극복하면서 당당한 도전의식을 늘 존경합니다. 부회장님이 바라는 모두가 함께사는 지역사회 장애인복지 향상을 기원합니다.
양창용
2009-04-20 17:11:28
조규승 부회장님 화이팅!!1
조규승 부회장님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나를 포기하지 않고 끝내는 당당하게 일어선 용기와 도전에 감사 인사드립니다.

좋은 취재를 해주신 시사저널 이상우 기자님 감사드립니다.인사
전체기사의견(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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