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열기가 한반도를 온통 휘감고 있던 지난 6월 13일 미군의 궤도차량에 깔려 압사당한 신효순, 심미선양의 추모 열기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14일 대천역에서는 보령시민 500여명이 모여 ‘故 신효순양과 심미선양의 추모 및 미국규탄과 주권회복을 위한 보령시민 대행진’을 벌였다.
이날 추모집회에는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나온 가족단위의 시민들과 사망한 여중생 또래의 청소년들이 대거 참가해 눈길을 끌었고, 추모행사를 마친 후 시가지 일원에서 촛불행진이 시작되면서 거리의 시민들이 행진대열에 합류하면서 절정을 이뤘다.
이에 앞서 보령시농민회를 비롯한 9개 단체(전교조보령지회, 보령시민참여연대, 보령시기독교연합회, 사회보험노조보령지부, 보령축협노조, 농협노조보령지부, 보령환경노조, 대우정밀노조)는 ‘미군 장갑차 고 신효순, 심미선 양 살인사건 보령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구성해 전국적인 ‘주권회복의 날 행사’에 동참하기로 하고 이날 추모집회를 주도했다. 대책위는 이날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 생일잔치에 가기 위해 걸어가던 두 여중생을 미군의 장갑차가 그대로 밟고 지나가면서 채 피워 보지도 못한 어린 꿈을 죽음으로 내 몰더니 이제는 살인 미군 2명이 무죄라며 미국으로 귀국시켜 버림으로써 대한국민의 자존심을 깔아 뭉개고 있다”며 미국을 규탄하고 “부시 미국대통령에게 직접 사과를 받아내고 살인미군을 한국법정에서 처벌함으로써 짓밟힌 주권을 다시금 회복하자”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불평등한 소파의 전면개정을 요구했다. 또 박성종 공동대표(보령시민참여연대)는 대회사에서 “주둔군의 편의제공을 넘어 우리의 주권을 위협하는 SOFA야 말로 한국민의 치욕”이라면서 “농민, 노동자, 학생, 시민 할 것 없이 전 국민이 치욕적인 SOFA 개정에 발 벗고 나서자”고 말했다.
이어 유정옥 교사(전교조보령지회)는 규탄사에서 “장갑차에 깔려 한번 죽고 무죄석방으로 두번 죽은 두 여중생의 넋이 우리 한국민의 자존심을 깨어나게 하고 있다”며 “SOFA 규정대로라면 공무 중에는 사람을 죽여도 좋다는 것이냐?”고 반문하면서 살인미군 재판의 무효를 주장했다.
이밖에도 대천중 최용락 교사와 대천여고 강아름 양의 추모시가 낭송됐고 대천여고 천혜선양의 추모글과 김동견씨의 추모노래 공연도 이어져 추모집회 현장을 숙연하게 했다. 대책위와 시민들은 추모집회에 이어 대천역-충은상호신용금고-국민은행-경남사거리-대천역 구간에서 촛불을 들고 ‘살인미군 처벌하라’ ‘부시는 사과하라’ ‘SOFA를 개정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주권회복 평화대행진을 벌였고, 거리의 시민들과 청소년들이 추가로 행진에 합류하면서 여중생 추모와 미국규탄 열기가 절정을 이뤘다.
대책위의 한 관계자는 “두 여중생의 사망은 단순한 사고에 의한 것이 아니라 오만한 미국이 저지른 명백한 살인사건”이라며 “우리의 주권이 회복되지 않는 한 이런 만행이 언제라도 재발될 수 있는 만큼 불평등한 SOFA가 전면 개정될 때 까지 전 국민이 싸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책위는 이번 추모집회에 이어 ‘SOFA 개정과 살인미군 처벌’을 요구하는 차량용 스티커를 제작해 시민들에게 배부하고 앞으로도 전국적인 주권회복 투쟁에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
/이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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