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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기름 유출, 보령에도 영향 미치다(1)
도서지역 기름덩어리로 초토화
2007년 12월 24일 (월) 00:00:00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인력·물품·장비부족에 속타는 주민들

기름 빛으로 시커멓게 타버린 삽시도 주민들

“더 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제 망했습니다.”

18일 오전 언론사 연합취재팀이 섬 전체가 기름덩어리로 둘러싸인 삽시도 현장 취재에 나서면서 삽시도 주민들이 취재진에게 건넨 한마디다.

삼삼오오 무리를 지은 채 해안가 바위틈이나 백사장에서 기름덩어리 제거작업에 한창인 주민들은 기름때로 범벅이 된 옷가지나 방제복을 걸친 채 연신 기름덩어리 제거작업에 분주했다.

방제물품이 도착했다는 소식만으로도 주민들의 얼굴에는 실낱같은 희망이 피어오르는 듯 했다. 그만큼 방제물품 부족에 따른 이중 삼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모습이다.

삽시도에는 그동안 방재물품이 시로부터 전해졌으나 턱없이 부족해 기름제거 작업에 애를 태우고 있는 형국으로 삽시도 출향인사들로부터 방제물품이나 구호품을 전달받고 있다고 한다.
마스크도 없이 기름범벅과 찢겨진 방제복을 입은 채 기름을 제거하는 주민들, 이마저도 부족해 일부 주민들은 방제복도 입지 못한 채 기름제거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특히 제거된 기름을 담을 포대마저 부족해 그동안 사용된 포대를 재사용하는가 하면 기름찌꺼기를 수거한 포대를 옮길 장비조차 없어 군데군데 포대를 쌓아 놓고만 있는 상황이며, 해안가 절벽이나 바위틈은 인력이나 물품, 장비가 부족하다보니 손을 댈 엄두조차 못 내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백사장이나 완만한 경사지는 주민들이 매일같이 기름제거에 나서고 있으나 가파른 지역이나 해안가 절벽지대는 손 한번 못 쓰고 있으며 특히 인근 양식장들이 있는 무인도의 경우 신경도 못쓰고 있어 심각한 상황”이라고 삽시도 어촌계 김현호(54) 간사는 하소연 했다.

김현호씨의 안내에 따라 취재진은 ‘물망터’로 불린다는 곳으로 이동했다. ‘물망터’지역은 차량이나 선박을 이용할 수 없는 지역으로 산을 넘어가야 했다. 가파른 비탈길을 따라 올라서자 다시 내리막길이 나오며 한참을 이동, 온통 검붉은 기름덩어리들이 해안가를 뒤덮고 있는 지역이 나타났다.

기름덩어리가 유입되기 시작한 지난 14일부터 주민들이 기름제거를 펼쳐 상당수의 폐기물 포대가 쌓여 있음에도 연일 유입된 기름덩어리로 인해 이 지역은 역겨운 기름 냄새와 함께 검붉은 기름밭으로 변해 버렸다.

“14일부터 매일 제거작업을 펼쳤으나 자고 일어나면 밀려온 기름덩어리로 인해 쉴 틈도 없다. 특히 삽시도는 주변모두가 양식어장으로 이미 김 양식장이나 해삼, 바지락 양식장 모두 기름덩어리로 오염돼 생계가 막막하다”며 깊은 한숨만 내쉬었다.

“지금까지 방송 등 중앙언론에서는 태안지역 피해만 연일 보도해 일반인들은 보령지역 섬들의 피해는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며 “심지어 태안지역은 주말이면 자원봉사자들이 몰린다고 하나 이곳은 손길이 미치지 않고 있어 섬 주민들만이 제거작업에 나서고 있다”고 주민들은 하소연 했다.

방제인력 및 장비 부족으로 애타는 호도 주민들

밀려든 기름덩어리로 애를 태우는 곳은 비단 삽시도만은 아니었다.

원산도와 장고도, 녹도를 포함해 오염되지 않은 섬으로 여름관광지로 각광을 받던 호도 역시 기름덩어리로 인해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18일 취재진이 처음 발을 내딛은 호도 선착장엔 적막감이 감돌며 방제복을 입은 주민들이 수거한 기름 폐기물을 옮기느라 분주했지만,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은 찾아볼 수 없었다.

호도에 도착하자 빗방울이 내리기 시작, ‘뒷개’로 불리는 해안가를 향해 마을을 가로질러 가는 길목에는 인적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작은 언덕을 넘자 자갈들로 형성된 해안가 바로 ‘뒷개’가 펼쳐지며 역겨운 기름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한 줄로 길게 앉은 주민들은 해안가에 밀려온 기름덩어리를 제거하느라 허리 한번 곧게 펼 시간도 없이 기름수거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40여명 남짓한 주민들 중에는 대부분이 60대 이상의 노인들로 이보다 젊은 주민들은 수거된 폐기물을 운반하거나 해상에서 기름덩어리 수거작업에 매달려 있다.

“14일부터 기름을 퍼내고 닦아내고 있지만 해도 해도 끝이 없어요. 기름을 제거한 것인지 표시도 안나요”

호도 역시 인근 섬들과 마찬가지로 북서풍을 맞는 섬 북서쪽 해안가에는 검붉은 기름덩어리로 덮혀있는 상태이나 방제인력이나 물품, 장비가 부족해 일일이 섬 주민들만의 손으로 방제작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름덩어리에서 베어 나오는 역겨운 기름 냄새를 피하고자 마스크가 지원됐다고 하지만 부족한 수량 탓에 ‘누구는 착용하고 누구는 착용하지 않느냐’며 아예 모두가 착용하지 않기로 주민들이 합의를 했다고 한다.

부족한 것은 마스크뿐만이 아니다. 방제물품이나 장비, 인력이 상대적으로 많은 태안지역과는 대조적으로 흡착포나 수거용기, 포대, 방제복 외에도 육지와 섬을 오가는 이동수단도 부족하다보니 자원봉사자가 찾더라도 제대로 된 지원이 어렵다는 게 주민들의 푸념이다.

이로 인해 지난 16일에는 자원봉사자들이 방문했지만 배편이 마땅치 않으니 서너 시간 만에 돌아가기도 했다며 이날 역시 대천중학교 학생 150여명이 자원봉사를 위해 호도를 찾았지만 배편이 원활치 못해 점심 무렵 섬에 도착 후 두 세 시간 봉사하다 돌아갈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이에 대해 한 주민은 “태안과 달리 보령에는 섬지역이 많아 이동수단인 배편이 한정돼 있어 자원봉사자가 오더라도 배 시간 때문에 정작 방제작업 할 시간이 부족해 이동수단만이라도 지원되면 자원봉사자의 손길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소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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