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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시장의 미스터리
이태복(전 보건복지부 장관)
2007년 12월 17일 (월) 00:00:00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태안 앞바다에서 유출된 원유가 태안해상국립공원과 천수만 일대를 죽음의 땅으로 만들고 있다. 어처구니없는 안전불감증이 연안 어민들의 생계를 가로막고 천혜의 자연환경을 파괴했다. 관련자들의 책임도 철저하게 물어야 하겠지만, 왜 그곳에 원유 운반선이 정박하고 있었는지도 의문투성이다. 원유얘기가 나온 김에 아예 이 미스터리도 살펴보자.

현재 국제원유값은 100달러 턱 밑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내년 국제유가가 110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은 진작부터 나왔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돼 가는데도 당국은 국제유가 탓만 할 뿐 종합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냥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을 뿐이다. 국민들과 영세자영업자들의 부담과 비명이 폭발일보직전이다.

우선 시급하게 취해야 할 조치는 58%와 48% 수준의 휘발유와 경유에 붙어있는 세금을 20% 정도씩 인하하는 일이다. 이렇게 되면 약 6조 정도의 세수가 줄어들지만, 정부의 방만한 낭비만 줄여도 얼마든지 소화할 수 있다. 둘째, 정유과정의 원가를 줄이는 다양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국제유가 급등을 국내소비자에게 전가시킨 채 폭리를 취해온 정유사들도 이제 정제과정의 원가절감 노력을 통해 고통분담을 해야 한다. 촉매제만 국산제품으로 대체해도 상당한 기름값 인상요인이 줄어든다. 셋째, 당국은 국내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원유자본의 폭리보장 조치를 이제는 폐지해야 한다. 국내 정유업체는 거의 전부 국제원유자본의 직간접적인 지배하에 있다. 현대와 S-오일은 경영권 자체가 아랍의 원유자본이 갖고 있고, GS 칼텍스는 쉐브론 측이 50%를, SK도 일정한 지분을 원유자본이 소유하고 있을 정도로 한국의 석유시장은 국제원유자본의 황금시장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도대체 국제유가가 올랐다는 소식만 있으면 바로 국내유가가 인상되는 비정상적인 구조가 정상인 것처럼 국민들에게 인식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국제원유시장의 상식은 이와 전혀 다르다. 원유도입은 대개 일년 전이나 반년 전에 도입계약을 체결하여 매매되거나 선물, 스왑, 옵션과 같은 다양한 거래방식이 동원된다. 그러니까 정상적인 거래방식으로 본다면, 국제 기름값이 뛰니까 바로 국내 기름값이 뛰는 것이 아니라 최소 6개월이나 일년이 지나야 국제유가 인상요인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즉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원유도입가는 70달러 수준에서 도입됐거나 50달러짜리일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처럼 원유가 나오지 않는 일본의 기름값이 1200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미국도 750원 수준을 지켜가고 있다. 한국만이 국민소득기준으로 세계 최고의 기름값을 지불한다.

이 잘못된 메커니즘을 뜯어고치기 위해서는 첫째, 국내정유사들의 원유도입가를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 도대체 얼마짜리의 원유를 도입해 얼마의 정제비용, 유통 등 원가가 들어가서 국내소비자가격이 정해지는지 한국의 소비자들은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의 정보를 당국이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둘째, 4개 국내정유사들이 독점하고 있는 원유도입자격을 개방하여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남미 등 각지의 원유도입선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일차적으로 공기업인 석유공사가 비축유만 손댈 게 아니라 원유도입도 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민간업체들이 원유도입시장에 참여하고 소규모의 정제시설도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에너지 위기 시에 원유도입의 안전성에 문제가 생긴다고 하지만, 그런 논리는 지금처럼 원유자본과 정제업체의 폭리구조를 보장해주는 근거 없는 주장이다. 국제원유시장은 중동, 미국, 북유럽에서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남미로 확대돼있고, 주도권 싸움이 여전히 치열하다.

기름 소비를 줄이고 원자력과 태양과, 절전 등 다양한 에너지 대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면서 기존의 원유와 정유산업의 폭리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원유도입을 개방하는 조치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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