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정당은 대의제 정치를 실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정당의 정치활동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수반되고 정치자금은 민주주의 비용(cost of democracy), 정치의 모유(Mother’s milk of politics)로써 민주주의를 선택한 우리가 필수불가결하게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다.

 캘리포니아 의회의 의장을 역임한 바 있는 운루는 ‘정치자금은 정치의 젖줄이다’라고 말한 바 있는데, 이것은 적절한 수준의 정치자금은 대의민주주의 정치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 있는 곳에 돈이 있다’라는 표현에서 비춰지듯이 정치자금은 부정부패의 요인이 되기도 하고 이로 인해 현대 민주정치의 필요악 이라 불리기도 한다. 따라서 대다수의 국가들은 정치자금의 모금과 사용에 관해 각국의 전통과 상황에 따라 일정한 제도를 마련하여 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965년 제정된 정치자금법을 토대로 정치자금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통상 ‘정치관계법’으로 불리는 공직선거법, 정당법 그리고 정치자금법은 ‘저비용 고효율의 정치’를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서로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단순다수제 방식으로 선출하며 국회의원의 경우 소선거구제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이 경우 선거경쟁은 양당제적 경향을 보이고 선거구별로 정당조직이 필요하여 선거구별로 필요한 정치자금의 규모와 사용내역도 변하게 된다. 동시에 정치자금제도는 한 나라의 정당발전, 정당제 유형, 정당과 정치인의 관계 그리고 정치발전 수준 등에 영향을 미친다. 정치자금의 모금과 배분 그리고 사용단계에 어떤 제도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정치의 형태가 달라진다.

우리나라에서도 2004년 3월 정치자금법을 개정하여 법인이나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시키고, 국민다수가 참여하는 소액기부 위주의 정치자금제도를 도입하여 새로운 정치문화를 꾀하고 있다.

이는 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와 건전한 정치문화를 위해 개인만이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있도록 하면서 개인이 기탁한 정치자금에 대해서는 특별히 세제혜택을 부여함으로써 국민다수가 참여하는 정치자금제도로 탈바꿈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경제도 어렵고 생계유지도 곤란한 상황에서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한 정치 행태를 보면서 기탁금 납부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그동안 우리는 유력 정치인에 대한 기업의 불법 정치자금 기탁으로 정경유착이 이루어져 부실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 등으로 IMF라는 경제위기를 겪었고, 이로써 불법정치자금의 폐해를 뼈저리게 체험한 바 있다.

그러나 깨끗한 정치와 책임 정치를 구현하고 국민을 위하여 헌신하는 지도자를 국민이 기다리지만 말고 함께 참여하여 만들어 가는 것이 참된 주인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국고보조금 제도가 있어 정치발전에 크게 기여하고는 있지만 공직선거에서 정당이나 후보자가 다른데 눈을 돌리지 않고 정책과 비전으로 국민의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떳떳하게 정치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소액 다수의 정치자금 기탁을 활성화하여야 한다.

국민 개개인이 적극 참여하여 소액(1회1만원이상) 다수의 정치자금을  선거관리위원회에 기탁하여 정당에 배분한다면 정당이나 정치인은 국민에 대하여 더욱더 책임을 느끼고 정치권의 투명지수는 더욱 높아 질 것이다.

기부된 기탁금은 10만원까지는 세액공제의 혜택을 받고, 1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도 소득공제의 혜택이 주어진다.

깨끗한 정치자금 기부를 통해서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도 기여하고 연말정산시에 혜택도 받을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 아닐 수 없다.

정당정치가 현대 정치의 뿌리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정당의 실정으로 일반 국민들이 정당을 외면한다면 다수의 참여로 이루어지는 민주주의의 성숙을 기대할 수 없다. 정당이나 후보자의 현재의 능력은 국민들의 높은 기대와 격려가 피그말리온 효과를 발휘하여 기대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