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끝나니까 어깨에 뭔가 얹혀 있던 것이 없어진 느낌이예요”

2008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며칠 뒤인 20일 수험생 이기쁨 학생(대천여고 3학년)을 만나 수능날 분위기, 수능 후 일상 및 계획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수능 끝난 후 기분변화 및 일상은?

수능 전에는 뭔가 누르고 얹혀있는 느낌이었는데 이제 홀가분하다. 고3시절에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거나 TV를 보고 있어도 마음 한구석에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이제는 쉬자’는 편안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고 친구들과도 이야기 시간이 늘어 즐겁다.

다음달 12일 성적이 발표되면 선생님과 상담을 하는 등 전형 준비를 할 계획이라 그때까지는 여유롭게 지내고 있고, 주변 친구 중에는 학교 논술반이나 학원 등을 통해 논술 공부를 하는 경우도 있다.

수시에 관해서는 관심 있는 학생과 아닌 학생으로 구분된다. 정시를 앞둔 친구들은 신경 안 쓰는 반면 수시를 앞둔 친구들은 각 학교의 전형을 살피느라 바쁘고 이런저런 준비를 하며 이야기 주제도 수시에 관련된 것이 많다.  

이번 주는 기말고사 기간이라 준비하고 있다. 많이 부담스럽진 않지만 그래도 기말고사가 끝나야 완전히 푹 잘 수 있을 것 같다. 기말고사 끝나면 교실에서 친구들과 비디오도 볼 생각이다.
 
▲ 수능 당일 분위기는? 시험이 어렵지는 않았나?

특히나 언어영역이 어려웠다. 이번 언어영역은 10문항이 적어지고 시간도 10분 단축됐다. 시간조절에 어려움이 있어서 언어영역 끝나고 여기저기서 우는 아이들도 있었다. 울고 있는 주변 친구들에게 “벌써부터 왜 그래. 아직 결과 안 나왔으니까 기운내”라며 위로해줬지만 나조차도 눈물이 나오려해 스스로를 다독거렸다. 첫 교시에서 기분 조절을 못하면 다음 영역까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져 차분하게 시험을 치를 수 있었고 마지막 영역인 사탐 답안지를 내고는 너무 개운해서 기지개를 크게 폈다.

▲ 시험 보고 나와서……?

시험이 끝난 후 친구들이랑 집까지 걸어가면서 수능, 남은 여고시절, 대학생활 등 참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집에 가자마자 인터넷으로 채점을 해봤다.

그리고 오랜만에 할머니, 부모님 등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할머니와 부모님이 “수고했다”면서 “오늘은 푹 자라”라는 격려의 말씀을 해줬을 때의 기분은 무슨 말로도 표현하기가 어렵다.

사실 그동안 가족들이 나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2년 반을 기숙사에서 지냈는데 아플 때면 학교까지 약 사다주고, 병원에 데려가 주는 등 가족들이 나를 위해 신경 써준 게 너무 많아 고맙다.

같이 동고동락하며 고생한 기숙사 선생님들께도 고마운 마음이 든다. 예전에는 잔소리라고 여겼던 것들이 지금 생각해보니 다 우리들을 위한 말씀인 것 같다.

▲ 앞으로 계획있는지?

학교에 가면 삼삼오오 모여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의 계획은 아르바이트, 컴퓨터 등 자격증 공부, 운전면허 취득, 여행 정도로 꼽을 수 있다.

나도 고등학생이 되면서 못한 일본어 공부를 마저 할 생각이다. 또한 기말고사가 끝나면 아르바이트나 운전학원을 알아볼 생각이다. 친구들과 대전 은행동 등 여기저기 놀러가자는 계획도 세워놓았다.

어렸을 때부터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꿈을 키워왔기 때문에 공주교대에 가고 싶다. 이것도 친구들의 공통적 이야기인데 대학교에 가면 동아리 활동이나 과대표 등 고등학교 시절에 접해보지 못한 다양한 것들을 경험해보고 싶다. 
 
▲ 예비 고3에게 한마디 해달라

수능이 끝난 직후부터 고2학생들은 소위 ‘예비 고3’이라 불리며 고3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주변에서 ‘너는 이제 고3이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 등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입시 준비 때문에 잠도 많이 못 잘 것이다.

나도 그렇게 고3시절을 보냈고 수험생의 마음을 아니까 후배들이 안쓰러운 마음도 든다. 친척동생도 이번에 예비 고3이 되는데, 인생선배라는 느낌보다는 언니로써 ‘후회하지 않을 만큼 하라’는 말은 가끔 한다. 앞으로 후회하게 될 일이 많이 생기니까 지금부터 후회하지 않을 만큼 미리 준비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