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啼之兒基誰乳之’(부제지아기수유지) 즉 ‘울지 않는 아이에게 그 누가 젖을 주랴?’라는 말이란다. 자기주장을 명확히 밝히라는 의미이기도 한 이 말에는 명분과 합리에 따를 요구가 전제돼야 할 것이다.

그동안 시민여론에 밀려온 의회청사와 관련해 의회를 독립시켜 부족한 사무공간 확보를 통해 행정수요 변화에 부응하고, 자율적 의정활동을 높이며 시민들의 이용 공간을 확보하겠다는 시의 허울 좋은 명분(?)과 함께 마치 의회가 부화뇌동하고 있는 꼴을 보여 씁쓸할 따름이다.

하루 벌어 하루 쓰기도 바쁜 시민들은 먹고 사는 것과 직결된 민생현안 사업이나 관련 조례제정을 목 놓아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민의는 뒷전인 채 청사 설계안에 대한 검토보고 당시 원활한 의정활동을 위한다는 구실로 의원들과 공무원 편의만을 고려하는 모습은 실로 웃지 못 할 넌센스를 보는 듯 했다.

지난해 이맘 쯤 시 행정사무감사 당시 한 의원은 ‘우리(의회)가 (청사를)짓자고 한 건 아니다. 당초 집행부에서 이를 추진했다’며 ‘용역비만 낭비한다’고 질책했던 사항이 기록물로 남아 있다.

이 기록물에는 당시 ‘호화롭게 짓는다는 측면도 있고, 굳이 짓자는 것도 아니다’라며 ‘시민들의 곱지 않은 시각’을 설명하더니 나중에서는 ‘지방채를 얻어 짓는다면 시민들 구설수에 오르지 않겠냐’며 ‘시민들이 지어라 말아라 할 사항은 아니지만 시민들이 공감토록 타 지자체 사례를 검토하고 홍보’하라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

몇 해 전 용인시에서 1800억짜리 시청사를 신축하면서 ‘용인궁’, ‘용궁’이라는 비난이 일더니 최근 성남시에서는 3200억 짜리 시청사가 지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이런 사회적 흐름 속에 40억짜리 의회청사가 지어지는 것을 무슨 대수냐고 반문하는 이도 있겠으나 주민들의 편익을 무시한 채 공무원 업무영역 확보를 구실로 의회 독립청사를 추진하려는 것은 시민의 세금으로 사용되는 예산을 마치 시와 의회의 쌈짓돈으로만 여기는 것은 아닐는지 개탄스럽다.

더욱 가관인 것은 민의를 대표한다는 시의회의 독립청사 건립을 놓고 시민여론 수렴도 없이 ‘시민 위주’라는 허울 좋은 명분 쌓기로 포장한 채 시 공무원 자녀를 위한 직장보육시설을 은근슬쩍 끼워 설계한 시나 보육시설 배치는 절대 안 된다는 의회 모두 진정 시민을 위한 시정이 무엇인지를 알고나 있는지 묻고 싶다.

그동안 의원들은 도서열람실이 없어 제대로 된 의정활동을 펼치지 못했나 보다. 청사건립 시 도서열람실을 배치해 의정활동을 위한 서고를 만들자는 것을 보면 의정활동 관련자료가 절실하신 모양이다.

시청사가 비좁아 현 의회 사용공간 확보를 위해 의회 독립청사 마련을 계획한 시가 오히려 의회청사 신축에는 현 이용공간의 두 배 이상을 설계한 것은 아이러니가 아니고 뭘까?

지방자치화 시대에 시와 시의회 모두는 시민을 대신해 시정을 펼치고 이를 견제, 감시하라는 대의 기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꼭 필요하다면 명분과 합리를 바탕으로 명확히 요구하는 의회상을 구현해야 함이요, 특히 시민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이고, 시민을 위한 시정이 은 무엇인지를 심사숙고하길 바랄 뿐이다.

의회 청사가 절실하다고 한다면 시민이 납득할 충분한 명분과 합리를 갖추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