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아래 ‘농협’)에 농민소득 증대라는 기본 목표에 충실하라는 질타가 쏟아졌다.

지난 22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농협중앙회 국정감사에서 정세균 의원(대통합민주신당, 전북 진안·무주·장수·임실)과 서재관 의원(대통합민주신당, 충북 제천·단양) 등은 농협중앙회의 사업 확장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지역농협 김치가공사업 재뿌리나

먼저 정 의원은 “농협중앙회가 진출하려는 김치가공사업은 지역농협이 14~17년 동안 초기 설비투자와 시장개척 어려움을 뚫고 최근 6~7년 사이 겨우 정착단계에 진입해 흑자를 냈다”며 “농협법 6조2항에 위반되는 행위라는 지적도 있는 만큼 농협중앙회가 사업진출을 재고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농협법 6조2항은 중앙회가 회원 사업과 직접 경합되는 사업을 행함으로써 회원 사업을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다.

농협이 정 의원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경남 밀양시에 입지할 김치가공공장은 내년 기반공사를 시작해 2009년 본격적인 건축을 시작할 예정이다. 정 의원의 지적은 농협중앙회가 최근 경제사업 활성화란 이름으로 김치가공사업에 진출해 지역농협과 경쟁적 구도를 만들어 지역농협을 위축시킨다는 것.

정 의원은 “농협이 고급특화김치·수출 위주로 지역농협 생산 김치와 차별화를 갖도록 하겠다고 하지만 시장 여건상 지역농협 상품과 경합이 불가피하다”며 “농협은 과거 김치가공공장을 설립해 운영하다가 포기하고 회원 농협에 이관한 전례가 있는 만큼 사업을 재고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김경진 농협 경제대표이사는 “지역농협과 경합관계가 안 되도록 지역농협을 계열화시키고 각 농협에 30억 무이자 지원 및 공동마케팅 사업 등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지역농협과 협의해서 풀어나가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농협에 대한 질타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서재관 의원은 “신토불이 코너, 농산물상품권 등 모든 사업분야가 적자”라며 “이런 상황에서 대형유통센터를 확장해서 사업 수위를 늘리겠다는 것이 농협 설립 목적에 타당하냐”고 하나로마트의 대형화 문제를 따지고 들었다.

답변에서 김경진 이사는 “대형유통센터가 도심에 들어서면 초기 5년 동안 일년에 10~50억원씩 적자가 난다”며 “대형유통센터 확장 초기 적자는 불가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시 서 의원은 “적자에서 벗어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핵심은 농민소득 증대에 기여하느냐 마느냐”라며 “농민소득 증대를 기준으로 사업 확장을 판단하길 바란다”고 충고했다.

회장 감투 만들고 연봉 올리고

이계진 의원(한나라당 의원, 강원 원주)은 농협 임원 연봉 문제를 도마에 올렸다. 이 의원은 “2000년부터 농협에서 축산경제대표이사로 일한 송석우 씨(67세)가 농협사료 사장 직함을 회장으로 높이고, 연봉도 전보다 9천여만원이 더 많은 1억9천만원으로 올리고 올해 2월 회장으로 취임했다”며 “이는 농협이 ‘농민의, 농민을 위한, 농민에 의한’ 조직이 아니라 ‘임원의, 임원을 위한, 임원의 조직’임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주)농협사료는 농협이 100% 출자해 설립한 자회사(축산경제대표이사 직속 소관)로 송 전 이사의 회장 취임 자체가 공직자윤리법상 취업금지규정에 위반하는 행위다. 공직자윤리법은 재산등록의무자인 공직자나 공직유관단체 임원은 퇴직일로부터 2년 동안 퇴직 전 3년 이내 근무했던 부서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정규모 이상 영리 사기업체나 협회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계진 의원(한나라당 의원, 강원 원주)은 “농협은 의원실 문제 제기에도 8월 28일까지 아무 문제가 없다는 허위자료를 제출하며 은폐에 급급해 오다가 농협중앙회 축협노조의 제보로 전모가 밝혀졌다”고 덧붙였다.

이에 농협 측은 공직자윤리법 3조1항9호에 농협중앙회 회장 및 상임감사만 규정돼 있어 임원은 해당사항이 없는 줄 알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같은 조항 10호에 공직유관단체 임원이 명백히 규정돼 있다”며 “몰랐을 리 없다”고 강조했다.

김우남 의원(대통합민주신당, 제주 북제주 을)은 농협이 자회사에 편법을 통해 수주계약을 몰아줬다고 주장했다.

농협 자회사인 NH개발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수주한 계약금액(390억원) 전부가 농협 등의 수의계약이라는 것이 김 의원 주장이다. 김 의원은 “농협이 NH개발과 사업 계약을 맺으면서 공개경쟁입찰을 피하기 위해 공개경쟁입찰 적용 금액보다 낮은 1억9천만원에 수의계약을 맺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박석휘 농협 경제전무이사는 “개선점 몇 가지를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김 의원은 “농협 계약도 공정성과 투명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여의도 통신 김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