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의 서쪽 끝에 있는 섬 외연도. 그곳은 대청도, 횡견도와 함께 외연열도를 이루고 있으며 500여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문화관광부에서 금년도에 이 섬을 ‘가고 깊은 섬’으로 지정했고, 금년도부터 많은 예산이 투입되어 살기 좋고 볼 것이 있는 섬으로 개발될 것이라 한다.

그곳에는 작은 학교 외연도초등학교(교장 조경호)가 있다. 1943년 분교장으로 출발한 외연도초등학교는 1966년 본교로 승격했고, 금년까지 총 522명의 졸업생을 배출하였는데, 본교는 이 섬의 유일한 교육기관이다. 현재 유치원생을 포함하여 44명이 재학하고 있다. 

외연도초등학교를 포함하여 섬 지방 몇 학교를 방문하려고 아침 일찍 서둘러 대전을 빠져나갔다. 일기예보에 의하면 구름이 낄 것이라는데, 그래도 섬 지방의 날씨는 변덕이 심하여 믿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가을운동회까지 있다는 외연도초등학교를 방문하는 오늘, 날씨가 맑기만을 기원했다.

여객선 터미널에서 출발한 충남201호는 순조롭게 항해했다. 예정시각에 꼭 맞추어 항만을 빠져나가니 잔잔한 파도가 은빛을 이룬다.

배 안에서는 함께 한 사람들이 교육에 관한 토론회가 벌어졌다. 도서지방 교육의 내실화를 위한 여러 방안들이 나왔고, 그간 충남교육의 발전 방안에 대한 건설적인 의견도 나왔다. 이른바 ‘선상교육토론회’가 1시간도 넘게 이어졌다. 아이들의 특기를 살리는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이야기, 북극성 같은 신념을 갖도록 지도해야 된다는 점, 학부모 교사가 학생들에게 믿음을 주어야 한다는 점, 역시 교육은 지역발전의 토대를 이루며, 학생을 잘 키우는 일은 학생 자신뿐만 아니라 국가와 지역 발전에 크게 기여하는 일이라는 결론을 맺었다. 도서지방에는 주민들과 우리 학생들이 살고 있기에 도서지방의 학생교육은 최대한 내실을 기할 수 있도록 지원되어야 함을 다짐했다.

예정보다 일찍 외연도 항구에 도착한 까닭은 파도가 잔잔하고, 맑은 날씨가 협조한 까닭이었다. 외연도 항구에는, 외연도초등학교 3-6학년 전원이 충청남도음악경연대회에 참가하여 은상(설장고)을 수상한 것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반긴다.

안내자는 외연도를 자세하게 소개해 준다.

외연도의 위치는 동경 126°04′. 북위 34°14′. 행정구역으로는 충남 보령시 오천면 외연도리. 면적은 0.528㎢. 주민들은 500여명. 대천항에서 53㎞ 서쪽에 위치. 섬의 동쪽에는 봉화산, 서쪽에는 망재산이 있다. 해안은 남쪽과 북쪽에 각각 깊은 만과 큰 돌출부가 있으며, 북쪽 해안은 암석해안의 해식애가 발달되어 있다. 1월 평균기온은 －2.2℃, 8월 평균기온은 26.2℃, 연강수량은 1,128㎜이고, 기후는 대체로 온화하다. 중국에서 우는 닭의 울음소리도 들린다는 황해 한복판에 자리한 섬으로, 푸른 바다와 상록수림이 조화를 이루어 여름철 피서지로 알려져 있다.

주민들은 대부분 어업에 종사한다. 연근해에서 멸치·전복·해삼·새우류·꽃게·우럭·까나리·놀래기·홍어 등 다양한 어종이 잡히며, 자연산 김과 미역·굴 등이 채취된다. 농산물로 보리·고구마·고추 등이 소량 생산되며, 쌀을 비롯한 기타 대부분의 농산물은 보령시에서 들여온다.

유적으로 중국 제나라가 망할 때 500여 명의 군사를 이끌고 이곳에 정착했다는 전횡의 사당이 남아 있는데, 지금도 매년 전횡 장군을 추모하며 풍어를 기원하는 제례를 지낸다. 이 밖에도 BC 3, 4세기경에 육지에서 이주해온 신석기인들의 것으로 보이는 조개무지가 발굴되었으며, 섬 중앙에는 동백나무와 후박나무가 숲을 이룬 외연도의 상록수림(천연기념물 136호)이 있다. 서쪽 바다 가운데 보석처럼 박혀있는 우리의 섬이다. 

벌써 외연도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펼쳐지는 운동회의 떠들썩한 분위기를 느낄 것 같았다. 운동회 진행을 맡은 선생님의 안내 방송 목소리가 들린다. 어르신들의 낚시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긴 막대기에 달린 낚시 바늘에 검은 주머니 하나씩 걸려 나온다.

운동장 서쪽에는 보령시 보건소에서 외연도 주민을 위한 ‘섬 주민 건강의 날’을 운영하여 건강을 체크해주고 있다. 혈압을 재고, 치아상태를 살펴 주며, 고혈압 어르신의 식단도 소개해 주고 있다. 운동장 가에 운동회를 관람하는 분들 중 젊은 사람은 별로 찾아보기 어렵다. 한결같이 60대 이상의 어르신들이다.

본부석에 앉아 운동회를 보고 있노라니, ‘손님 모시고 달리기’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운동화로 갈아 신고 어린이와 달렸다. 어린이는 아주 잘 달렸다. 골인지점에서 순위를 확인하고, 짝꿍이 되어 달린 어린이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우리 어린이들이 모두 씩씩하게 커 가길 기원하며 자리로 돌아오다가 바라본 하늘이 더욱 높고 푸르게 느껴진다.  

유치원생들이 선생님과 함께한 ‘어기여차 뱃놀이’는 원아들의 귀여움을 한껏 뽐냈다. 음악경연대회에서 은상을 받은 3-6학년 설장고는 연습으로 일궈낸 좋은 본보기였다. 19명이 두드리는 장고, 북, 꽹과리 소리에 취하여 교장선생님의 말씀도 잊고 있었는데, 뒷자리에 있는 어르신들의 대화소리가 들린다.

“연습 많이 했네. 많이 가르쳤네.”

교육은 훈련이고, 연습이다. 저렇게 잘 하려면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피눈물 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어디 교육에 공짜가 있을 수 있을까. 노력한 만큼 성과가 있음을 주지의 사실이다. 지도하시는 선생님과 아이들의 눈이 마주친다. 북을 한 손으로 들어올려 다시 두드린다. ‘얼쑤, 어이!’하는 함성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음악으로 선생님과 제자가 하나가 되고, 어린이들이 서로 호흡을 맞추는 저 과정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식도 배우는 것이다. 우리 음악의 선율을 배우고 우리 것의 소중함을 느낀다. 교문 입구를 지키는 두 그루의 플라타너스가 우리 모두를 바라보면서 밝게 웃고 있다.

▲ 어린이와 달리기 하는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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