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앞만 보고 숨가쁘게 달려왔던 학교에서의 1학기 생활을 마무리하고 들뜨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대천에 내려왔습니다. 언제나 그랬듯 항상 그 자리에서 묵묵히 제 마음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던 ‘대천’ 이라는 고향은 이번 2007년 여름방학에도 어김없이 저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세상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값진 경험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귀향 멘토링이라는 프로그램은 저에게 그렇게 낯설지만은 않은 제 귀에 친숙한 단어였습니다. 학교에서도 학기 중에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고 학기 중 수강하는 평생교육 강좌에서 또한 멘토, 멘티라는 단어는 익히 접해보았기에 어느 정도의 의미는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론적인 지식만 알고 있을 뿐 경험으로 멘토링을 접해 본적은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교직과목을 수강하고 있고 교육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을 가지고 있던 저는 멘토링 활동이 앞으로 교사라는 저의 꿈을 확고히 함에 있어 더없이 많은 깨달음을 주리라는 생각과 함께 아이들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 선배로써, 그리고 언니, 누나로써 작게나마 도움이 되고 자 하는 마음으로 신청서의 빈칸을 하나하나씩 채워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충청남도 교육연수원에서 멘토 사전 교육을 시작으로 7월 19일 보령 교육청에서 자체 교육을 가짐과 동시에 학교 배정을 받았습니다. 제 이름 호명과 동시에 ‘미산중학교’ 라는 장학사님의 말씀은 제 얼굴에 그늘이 가득 찼습니다. 농촌에 위치한 미산중학교는 보령시 지역 임에도 불구하고 외곽권이라 생활모습에서부터 교육혜택에 이르기까지 격차가 심할 뿐만 아니라 교통수단도 원활하지 않아 이것저것 어려움이 많이 따를 것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주간의 멘토 활동을 마친 지금, 미산중학교로 배정받은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배정 받던 그날 근심, 걱정으로 그늘지었던 제 모습이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작은 시골 마을 한편에 자리 잡은 초등학교, 중학교가 통합된 미산 초 · 중학교는 중학교 전교생이 57명에 불과한 학교로 아이들과 선생님은 물론 모두가 가족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멘토 담당 선생님을 따라 아이들을 처음 만나기 전의 제 심장은 옆에 있으면 누가들을까 부끄러울 정도로 쉴새없이 마구 쿵쾅거리며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여학생, 남학생 각 2명씩, 4명의 아이들과 함께 모여 수학, 과학 교과를 지도하기로 하며 아이들과의 아쉬운 첫 만남을 뒤로 한 채, 걱정과 기대, 호기심 가운데 첫 수업 시간만을 기다렸습니다. 내일 학교가면 아이들에게 뭐라고 말할까? 이렇게 하면 재밌어 하겠지? 그럼 내일은 무엇을 입고 가지? 등 각본과 대사를 스스로 써 내려가며 시나리오 작성을 방불케 했습니다. 그러나 밤새 수없이 되뇌이며 암기했던 짜여진 각본과 대사는 어느덧 제 머릿속을 백지장으로 만들었고 저는 아이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 제 마음을 담아 진심으로 가슴으로 다가가기 시작했습니다.

중학교 3학년,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이라 자칫 잘못하면 사소한 것 하나에 상처를 받기도 하고 예민해 하는 시기임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아이들의 눈빛, 웃음, 행동 등 어느 하나 소홀히 여기지 않고 놓치지 않으려 관심 있게 다가갔습니다.

우선, 언니처럼 누나처럼 선배처럼 무엇보다 친근하게 다가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함께 바라봐 주며 꿈을 가지고 있지 않던 4명의 아이들 하나하나에게 자신의 꿈을 계획할 시간과 함께 장래희망을 세우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의사가 되겠다던 똑똑하고 야무진 석란이, 분위기 메이커로 늘 제게 웃음을 안겨주었던 미래에 수의사가 될 형규, 순수한 마음과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씨 착한 유치원 선생님이 될 혜림이, 조용하고 차분한 모습으로 과학을 유난히 좋아하던 남혁이, 4명의 아이들은 지난 2주간 제가 숨 쉬고 살아가고 있음을 새삼 느끼게 해 준 제 인생에 영원히 기억될 스물 두살 그 해 여름에 하늘이 제게 준 너무나도 값진 사색 선물이었습니다.  

힘들고 하기 싫어 어리광을 부릴 때면 시원하게 웃을 수 있는 소재거리 (동영상, DVD등) 로 기분전환을 통해 사기를 북돋아 주며 다독거리기 일수였지만 한편으론 방학 때 다른 친구들은 놀이동산으로 바다로 산으로 놀러갈 때 아침 일찍 일어나 버스를 타고 찌는 듯한 뙤약볕아래 학교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기특하고 대견하게 느껴졌습니다.

2주간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멘토링은 끝이 났지만, 먼 훗날 2007년 여름방학을 떠올리고 있노라면 얼굴에 한아름 미소를 머금고 추억을 떠올릴 수 있을 만큼 그 시절, 그 선생님의 따스한 미소와 말 한마디에 감격했고, 다정스레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어깨를 감싸 안았던 손길의 감촉을 떠올릴 수 있을 만큼 소중하고 즐거웠던 학창시절 추억의 한 페이지로 아이들의 가슴속에 기억되길 바랍니다.

또한 늘 저를 세심하게 배려해 주시며 편안한 환경에서 기쁜 마음으로 아이들과 호흡 할 수 있게 몸과 마음을 아끼지 않고 격려 해 주셨던 교장, 교감, 멘토 담당 선생님을 비롯한 미산중학교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가슴으로 한없이 안아 주었던 형규, 석란, 남혁, 혜림이.

영원히 지울 수 없는 그리고 지워지지 않을 세상에 단 하나뿐인 제 가슴 속에 소중한 그림으로 간직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