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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제가 풀어 볼래요~”
2007 하계 대학생멘토링 소감문
2007년 08월 27일 (월) 00:00:00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언제나 나 자신만을 생각하며 살아온 내게 변화가 찾아온 건 3년 전 그 날 이후였다. 제대를 몇 주 앞두고 휴가를 보내고 있을 때, 그 날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집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거실에서 할머니 눈치를 힐끗힐끗 보던 큰 조카가 슬그머니 다가와 한 마디를 건넸다.

“삼촌은 제대하면 뭐할 거야? 그냥 우리 집에 와서 살면 안 돼? 저번에처럼 친구들이랑 같이 숙제도 하고 놀기도 하고… 친구들이 삼촌 언제 또 오냐고 여러 번 물어봤었거든”

어린 조카와 몇 마디의 말을 주고받으면서 난 ‘이거였구나’ 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수능 성적에 맞추어 대학에 가고 별다른 목표도 없이 허송세월 지내던 내가 지금껏 찾고 있던 것이 ‘이거였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즐거워하던 아이들의 모습과 나 또한 즐거웠던 그때의 기억이 다시금 떠오르면서 내가 하고자 했던 일, 아니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을 알게 되었다. 제대 후 다시 공부를 시작했고 공주교육대학교에 입학해 학교를 다니던 중 학교홈페이지를 통해 대학생 귀향 멘토링에 대해 알게 되었고, 충청남도 공무원 연수원과 보령교육청에서 두 번의 사전교육을 받고 이렇게 참여하게 되었다.

7월 23일, 보령시 소재의 명천초등학교 5학년 2반 선생님으로서 나의 멘토링은 시작되었다. 첫날이고 학교로 가는 길도 익힐 겸 일찍 출발한 터라 8시 20분에 교실 안에 들어서게 되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랬는지 교실은 비어있었다. 준비해간 수업 교구들을 매만지며 수업준비를 하고 있던 찰나에 슬그머니 교실 뒷문이 열리면서 한 학생이 들어왔다.

지금에서야 그 학생이 ‘맷돼지’라는 별명을 가진 은영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때 당시는 작고 뚱뚱하고 얼굴이 까만 여학생이었다. 열심히 해보겠다고 몇일 동안 다짐도하고 인사말까지 준비를 했었지만 오히려 어색해 하는 건 학생이 아니라 나였다. 하지만 내가 먼저 다가가지 않아도 아무 거리낌없이 웃으며 다가오는게 그게 바로 우리 아이들이 있다. 민욱이, 미연이, 민영이 이렇게 한명 한명 아이들이 교실로 들어서고 내 주위로 아이들이 모여 서로 웃고 이야기 하면서 걱정으로 가득 찼던 학생들과의 첫 대면은 자연스럽게 시작되었다.

“선생님이랑 같이 뭘 공부했으면 좋겠어?”라고 묻자 여기저기서 “수학만 빼고 다 좋아요~”라고 대답을 했다. 우리 아이들이 싫어하는 것은 또래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수학이었다. 이번 멘토링 기간 동안에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들이 수학을 좋아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것이 작지만 커다란 나의 목표가 되었다.

첫 번째 수학수업은 분수의 덧셈과 뺄셈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었다. 아이들에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 후 칠판에 나와서 직접 문제를 풀어보도록 했다. 4명의 학생중에 은영이만 손을 번쩍 들고 나머지 아이들은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은영이도 자신 있게 나와서 문제를 풀었지만 답과는 거리가 있었다.

내 표정을 살피고 난 후 답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된 은영이는 문제를 풀어보겠다던 종전의 자신감은 온데 간데 없이 풀이 죽었다. 이때 내가 은영이 한테 건 낸 한마디가 있었다.

“은영아. 선생님은 은영이 답이 맞았는지 틀렸는지 모르겠네. 은영이가 어떻게 풀었는지 아이들한테 한번 설명해 볼래?” “제가요? 제가 설명을 해요?” “선생님이 중간 중간 도와 줄테니까 한번 해볼까?” 처음에는 설명하는 것이 어색했는지 몇 분간은 칠판 앞에 서서 가만히 서 있었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이었지만 은영이와 아이들은 풀이과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잘못된 부분을 찾아가고 있었고 나는 그 부분을 고쳐주었다.

“은영이는 문제를 틀린게 아니라 여기까지는 맞았어. 뒷부분은 조금 잘못 생각한거 같아. 그렇지? 선생님이랑 같이 해봤으니까 다시하면 잘 할 수 있지?” 그래서 우리들의 수업종료 5분 전은 항상 틀린 문제를 다시한번 풀어보는 시간이었다. 또한 나는 “왜 그렇게 생각하지” “왜 그렇게 해야 하지?” “언제 그런 방법을 사용해야 하지?”라는 질문을 자주 했다.

이처럼 우리의 수학시간은 자신의 문제를 설명해 보는 시간, 나와 아이들이 서로 주고받는 질문시간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비록 멘토링을 시작한 하루 이틀 동안은 40분 수업시간 동안 고작 6~8문제를 바듯이 풀 정도로 수업진행이 느렸지만 막바지에 가서는 15문제 이상은 거뜬히 해결 할 수 있었다. 또한 문제풀이 시간이면 은영이 혼자 차지했던 칠판이 어느새 부터인가 4명의 아이들이 매미처럼 옹기종기 칠판에 매달려 풀고 있었다. 내가 답이 틀린 것 같다는 표정을 지으면 “잠깐만요! 선생님 아무말도 하지 마세요. 제가 찾아볼 거예요.” 그리곤 자기가 틀린 부분을 찾아 다시 풀고 들어가면서 선생님이 도와 준 게 아니라 자기가 풀이한 것이라고 단단히 못박아 두면서 들어가곤 했다.

기본문제를 설명해주면 책을 내려놓기 무섭게 아래의 연습문제를 풀어보겠다고 서로들 칠판으로 모여들기 일쑤였다. 그래서 우리반은 “떠들면 문제 풀어보게 시킨다”보다 “떠들면 문제 풀어보게 안 해준다”라는 말이 더 많이 들리게 되었다.

교실 뒤편에 서서 지켜보면 내가 강조했던 부분을 색분필로 밑줄까지 치면서 문제를 푸는 모습이 그렇게 예쁘게 보일 수가 없었다.  

비록 20일간의 짧은 멘토링 기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쉬는 시간에 과자를 주지 않는다고 싸우는 일도 있었고, 자기는 꼭 아침에 목욕탕에 가야한다며 젖은 머리로 얼굴이 뻘개져서 2교시 수업에 들어오는 아이도 있었다. 또 교회에서 배운 여름성격학교 노래를 나한테 가르쳐 주겠다며 노래를 불러주는 아이도 있었고, 현장체험학습날 과자와 음료수를 자기덩치보다 많이 들고 온 아이도 있었다.

맷돼지라는 별명을 가졌지만 항상 아이들을 챙겨주던 은영이, 끝까지 자기가 문제를 혼자 풀어보겠다고 떼쓰던 미연이, 긴장하면 구구단을 거꾸로 외우는 민영이, 혼자 남자아이여서 유독 나를 잘 따랐던 민욱이, 이 네명의 아이들과 함께한 10일간은 멘토링 기간 동안 힘든 일도 많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즐거운 일도 많았다.

지금 이순간 아쉬움이 남는 건 그동안 아이들이 내게 준 웃음과 즐거움만큼 내가 아이들에게 사랑과 웃음을 주지 못한 것 같은 생각 때문이다. 비록 부족했겠지만 나의 조그마한 노력이 앞으로 우리 아이들의 성장에 있어서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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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선(공주대학교 사회과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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