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혜는 또 식판을 앞에 둔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습니다.

식판에는 역시 몇 숟갈 먹지 않고 그대로 둔 밥과 반찬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다혜 앞에 서있던 선생님께서는 버럭 화를 내십니다.

“김다혜! 정말 너 왜그러니? 먹을 만큼만 달라고 하랬지? 그리고 왜 안 먹는 거야? 벌써 몇 번째니? 다혜 너, 선생님 말 안 듣기로 작정했니?”

선생님의 목소리는 점점 더 높아졌지만 다혜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런 말이 없습니다. 벌써 며칠째 이어지는 풍경이었습니다.

“다혜야, 왜 밥 안 먹었어? 어디 아프니?”

선생님께서 다혜에게 다가가 물으셨습니다.

“아뇨.”

모기 만한 목소리로 다혜가 대답했습니다.

다혜는 벌써 4일 째 밥을 먹지 않고, 그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지민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다혜를 보며 가슴을 졸였습니다.

선생님 얼굴을 보니 화가 많이 나신 것 같았습니다. 도대체 다혜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내일부터 넌 밥 받지마. 알겠니?”

그래도 다혜는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그저 고개만 더 깊이 숙일 뿐입니다.

“다혜야,혹시 선생님한테 무슨 불만이 있어 그런거니? 일부러 선생님한테 반항하느라고 안 먹는 거니?”

선생님의 목소리가 떨리는 것 같았습니다. 지민이의 가슴속에 큰북이 있어 빠른 속도로 울려대는 것 같았습니다.

선생님은 이모 같고 언니 같은 분이었습니다. 공부도 잘 가르쳐주시고, 가끔씩은 게임도 잘 해주시고, 저녁이면 ‘버디버디’ 같은 인터넷 공간에서 반 친구들과 대화도 하시는 멋쟁이 선생님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지민이는 선생님과 가장 친한 친구였습니다. 다혜도 언젠가부터는 선생님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왜 다혜가 선생님 말을 듣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다혜는 얼마 전부터 이상했습니다.

본래 워낙 조용한 아이라서 말을 하고 지내는 친구들이 몇 되지 않는 친구였습니다. 그 중에서 지민이와 가장 친했습니다. 수업이 끝난 뒤에는 함께 어울린 적이 없지만, 학교에 있는 동안에는 내내 붙어 다니는 단짝이었습니다.

어느 날, 선생님은 지민이를 불러

“지민아 너 혹시 다혜가 왜 그러는지 아니?”

하고 물어보셨습니다.

하지만 지민이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습니다.

“혹시 어디 아프나? 아니면 속상한 일이 있을까?”

수업이 끝난 후 지민이는 복도에 서서 다혜를 기다렸습니다.

다혜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다혜가 나오면 함께 갈 생각입니다.

“도대체 왜 그러는지 선생님한테 말을 해봐라.”

“선생님이 보기엔 분명 무슨 이유가 있어. 밥을 먹지 않는 이유가 뭐니? 응?”

다혜는 그 때 드디어 말을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선생님.”

다혜는 한달이 되어도 돌아오시지 않는 엄마와, 이제 일곱 살이 된 남동생 생각이 나서 밥을 먹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아빠도 2년전 나가 소식이 없었고, 할머니는 폐휴지나 병 같은 것을 모으셔서 돈을 벌으셨는데 할머니께서도 앓아 누우셔 다혜는 혼자 밥을 먹을 수가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지민이는 다혜에게 가서 선생님처럼 다혜를 힘껏 안아주고 싶었습니다. 지금 당장 지민이가 해주고 싶은 일은 그것이었습니다.

혼자 있는 동생 밥 못 먹을까봐 항상 걱정하며 급식에서 나오는 밥도 먹지 않고 동생을 생각할 줄 아는 마음의 장면이 정말 찌릿하며,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항상 먹을 것 있으면 혼자 먹는 내가 부끄러웠고, 앞으로는 다혜처럼 동생을 생각할 줄 알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며 남에게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