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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제도를 전면 정비해야
이태복(전 보건복지부 장관)
2007년 05월 14일 (월) 00:00:00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국민연금법 개정과 노인요양법 제정 등 복지관련 제도에 대한 보완이 계속 되고 있다. 이런 변화에 필요한 재원확보를 위해 정부는 국채발행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빚을 얻어서 우선 필요한 재정을 충당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정부의 이런 움직임을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다. 지금 현 정부가 복지 여러 분야에 쏟아 붓고 있는 자금은 천문학적이다. 의료급여, 보육지원, 의료보험, 공무원을 비롯한 특수직연금, 기타 사회서비스에 속하는 예산도 폭증했다. 1~2천억 증가가 아니라 수조원씩이나 된다. 그러면 이런 엄청난 규모의 투입이 있다면 국민들의 복지체감이나 만족도가 올라갈까?

그런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물론 그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우선 가장 큰 이유는 장기적인 내수침체에 따라 문을 닫는 중소기업이 늘어나 실업자가 지속적으로 확대됐고, 소득의 양극화가 심화돼 추가투입분이 그냥 스며들고 마는 조건에 놓여 있다는 현실이다. 둘째는 법과 제도가 낡거나 비현실적이어서 비효율과 낭비, 제도적 사각지대를 온존시켜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상황이 되어 있다. 보육료가 대표적이다. 정부의 보육예산이 5배 정도 증가했다면 부모들의 만족도가 당연히 높아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은 정부의 지원확대에도 불구하고 학부모의 부담이 줄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육관련 제도를 정비하지 않았던 것이다. 빈곤층의 의료급여 문제도 표준진료지침과 약제사용, 공공의료체계 확충 없이 대상자를 확대하여 의료기관의 돈벌이 수단이 되고 말았다. 공무원 연금이나 특수직연금의 경우 1년에 수조원의 국민세금을 지원하면서도 특수직 연금체계의 개혁을 하지 않거나 각 연금의 적립금과 운용이익금의 처리 등 당연히 수반됐어야 할 정비조차 손을 놓고 있으면서 무조건 국민세금만 끌어다 쓰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일일이 거론하기조차 어려운 복지현장의 모순들을 해결해가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정부와 지도층이 선심성 정책으로 복지문제를 바라봐선 안된다는 것이다. 무엇무엇을 해주겠다는 요란한 홍보를 강조하다보니 정작 중요한 수요조사와 재정계획, 법과 제도의 정비 없이 대상자부터 확대하고 거기에 지침을 짜 맞추는 일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에 일선의 전문가들조차 뭐가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가 됐다.

두 번째는 그때그때 선거를 의식해 부분적인 보완대책을 발표할 것이 아니라 복지관련 제도를 21세기 한국사회의 현실에 맞게 전면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현재의 비효율과 낭비는 주로 제도의 허점과 미비에서 오고 있으므로 제대로 정비한다면 소요예산도 감소하고 효과는 배로 늘릴 수 있다. 대상자도 보편적 서비스로 확대할 여지가 넓어진다. 물론 이 제도에는 반발이 있을 것이다. 국민연금과 특수직연금의 통합과 일원화문제는 쉽게 해결되기 어렵다. 하지만 정부가 분명한 이유와 원칙을 제시하고 합리적인 해법을 내놓는다면 어려운 일도 아니다. 이 대대적 정비과정의 최대 장애물은 전문적 식견 없이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는 정치권과 무책이만 공위공직자들이다. 이들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복지현장의 혼란과 비효율, 낮은 만족도는 축소됐을 것이다.

셋째는 제도정비를 제대로 하려면 국민생활의 현실과 조건에 대한 과학적인 데이터 확보가 필수적이다. 그동안 전자정부체계 구축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써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영업자의 소득파악률이 30%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부처간 칸막이가 여전한 탓이다. 이 칸막이를 폐지하여 데이터 생산을 정상적으로 한다면 국민들의 복지체계에 대한 신뢰도는 무척 높아질 것이고 효율성도 강화될 수 있다.

한국의 지도층이 국민생활의 구체적 조건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복지예산만 증액하는 것은 심각한 부작용을 낳게 돼있다. 이제 더 이상 국민혈세를 낭비해선 안 된다. 꼭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복지제도의 전면적 정비가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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