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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천 5일장을 가다
<장날스케치>
2007년 04월 23일 (월) 00:00:00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보령에도 대형마트의 입점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재래시장은 물론 장터의 상인들도 걱정이 태산이며 중·소 마트의 위기감도 크다.

그리 오래전의 일도 아니건만 북적이던 장터의 번성은 들리는 귀동냥만으로도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시골마을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기억 속에 어떤 형태로든 자리 잡혀 있는 ‘장날’의 현재 모습은 어떠할까?

18일은 5일마다 열리는 보령 장날이었다.

뻥튀기 만드는 소리는 아침부터 울려 퍼져 주변에 ‘오늘은 장날’ 임을 알린다.

장이 열리는 개막식의 ‘팡파레’다.

전통적인 농촌사회 오픈마켓 ‘장날’의 풍경을 스케치 해 봤다.

문화의 장(場)

   
기자가 둘러본 곳은 경남사거리에서 역전방향 번영로 노변에 위치한 장터.

장날만큼은 주차단속도 없다.

물건을 싣고 내리고, 어떤 이는 차에 앉아 물건을 판다.

인도와 도로는 갖가지 상품들로 붐빈다.

주변 점포들도 불편한 점이 많겠지만 장날만큼은 서로를 이해해준다.

곳곳에서 흥정이 이루어지며, 간만에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묻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거래의 장, 토론의 장, 공연의 장...

살펴보면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장(場)의 모습이다.

따뜻한 봄 햇살 아래 다양한 먹거리· 볼거리가 거리 곳곳에 펼쳐져 있다.

시골에서 정성껏 키운 채소며 곡식들이 수줍게 새 주인을 기다린다.

판매 장소는 먼저 앉는 이가 임자다.

물건 가격은 주인 맘대로 정해지고 사는 이는 좀 더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구입하고자 흥정을 한다.

어지럽고 규칙 없어 보이는 장날 풍경이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 진 ‘불문율’ 속에 장터는 살아 움직인다.

장돌림인생 50년

50년 세월동안 여러 장터를 돌며 장사를 해왔다는 이종일(68)씨에게 장돌림 인생사를 들었다.
이종일씨의 판매 물건은 대나무와 목재를 이용한 생활용품.

“이게 ‘용수’ 이건 ‘바지개’ 요건 ‘소코뚜레’... 젊은 사람들은 이런 거 모르지”

“물건들이 생소한데 그래도 찾는 손님들 있죠?”라는 기자 질문에 “어제 웅천 장에선 공쳤어. 기름 값만 날렸지. 그래도 장날은 빼먹을 수 없어 한 두 번 자리 비우면 다른 장사가 들어앉거든…….”이라 토로하며 “작년이 옛날이여. 한때는 많이 팔렸는데 이제는 힘드네”하며 지난날의 장날 풍경을 한숨 속에 회상한다.

“구 보령시청 근처에서 장이 열리다 한 20년 전쯤에 이쪽으로 장이 옮겨왔지. 장의 크기도 작아졌지만 물건 사는 사람도 없어. 어떻게 살라는 건지... 정치가 잘못 돼서 이런 거지?”

플라스틱에 밀려 찾는 이가 적어지고 경기도 어려워 한 개도 팔지 못하고 집으로 향할 때도 많다고 한탄하는 이종일씨지만 판매하는 물건의 이름과 쓰임새를 설명해 줄 때 만큼은 생기가 넘쳤다.

 남포 양기리 멋쟁이 김갑순씨(84)와 박종천씨(78)

   
길가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깔끔한 차림새의 두 어른 모습이 보여 여쭤보니 친구사이란다.
“이번에 고추농사 때 쓸라구 비니루 삿지. 근데 좀 작은 거 가터...”

“기자라구? 이거 하나 물어볼게. 왜 쇠고기 값은 떨어지질 않어? 올라가면 내려갈 줄을 몰라.”

김갑순씨의 말에 이은 박종천씨의 말이다.

남포면 양기리에서 친하게 지내는 사이로 필요한 물품도 사고 외식도 할 겸 특별한 일이 없으면 보령장에 나온다는 두 분이었다.

장날에 물건을 구입하는 이유를 물었다. 크고 작은 마트를 염두에 두고 물은 질문이다.

“편하지. 내 맘대로 물건 구경하고, 싸고 싱싱한 거 살 수 있고, 시장 없어지면 안 돼 우린 어디 가서 물건 사라고. 근데 쇠고기 값은 왜 안 내려..허허허”

햇살도 따뜻하고 연륜이 베어 나오는 두 분의 편안한 느낌은 오래도록 이야기 나누고 싶은 기분 좋은 유혹(?)이었다.

인터뷰를 마치며 사진을 찍을 수 있겠느냐 물으니 흔쾌히 승낙하신다.

옆에서 지켜보던 분은 모자 쓴 두 분에게 빗질이라도 하라고 농(弄)을 건다.

끈기로 이어가는 장터문화

대형마트가 지어지고 경기도 어렵다지만 여전히 시간이 되면 장이 열리고 그 장터로 사람들이
   
찾아온다.

처음의 우려와 달리 그리 호락호락 장날 문화가 없어질 것 같지는 않다.

추우면 추운대로 더우면 더운대로 “장사꾼 지독하잖아유” 말하던 천북의 젊은 장사꾼 말처럼 ‘장’은 우리의 기억과 현실 속에 그 끈끈한 거래를 이어갈 것이다.

전통과 문화의 차원에서 장터 문화를 바라본다면 존속의 이유는 충분하다.

‘편리함’ 만을 따진다면 이어나갈 전통이나 문화는 거의 없을 것이다.

불편해도 기다리고 보전한다면 뜻밖의 소득이 있지 않을까?

세월에 잘 익은 된장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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