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우시장에 소를 내다 팔려던 농민들이 소값 폭락으로 한숨만 짓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있다. 금년 8월부터 미국산 쇠고기가 개방되면 그 피해는 불을 보듯 뻔하다. 농촌 지역인 보령·서천 지역구인 필자로서는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국내의 정치상황은 이런 농촌을 염려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개방의 전도사들은 무역협정 체결로 한국이 얻을 이익에 대해서만 강조한다. 국민소득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로 나가는 단계로서 필요하다거나, 기업이 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는 등 다양한 논리가 동원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협상이 끝나자마자 정부와 언론은 피해 농민 대책마련 보다 그동안 농촌에 투입한 자금을 비판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어떤 대기업 연구소는 농업CEO 10만 양병설을 주장한다. 이들이 향한 목표는 농민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른 데 있는 것 같다.

지금 우리 농촌의 현실을 보자. 농촌인구는 전체의 7%이나, 농림업의 생산액(22조 3060억원)은 국내총생산의 3% 수준이다. 인구에 비해 생산액은 1/2로 낮다. 농가 소득 역시 도시 가구의 78% 수준이다. 그러나 이 숫자가 피폐한 농촌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지는 않는다.

일부에서는 농촌에 엄청난 돈을 투자한 일면만 강조한다. 농업·농촌·농민의 현실을 모른 채 눈먼 사람 문고리 잡듯 쏟아 부었다고도 한다. YS 정부 57조원, DJ정부 45조원, 노무현 정부의 29조원 등 투입된 131조원만 강조한다. 그러나 그 돈이 흘러간 흔적은 사라지고 지금 현재 농민들에게 남아 있는 것은 빚뿐이다.

국내시장의 개방은 빛과 명암이 교차한다. 개방으로 얻는 수혜집단이 존재하는 반면, 경쟁력이 취약한 분야에서는 손실도 많다. 농업이 그 대조적인 경우다. 그렇다면 개방으로 얻은 이익의 일부는  피해분야인 농업과 농촌에 지원되어야 마땅하다. 이들의 희생을 딛고 이룬 개방이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이 공무원, 기업인, 국민 모두 선행되어야 한다.

농촌에 막대한 돈이 투자되었다고 하나 연간 투자규모로 보면 9조원도 채 안된다. 국가재정상 대규모 투자가 결코 아니다. 노무현정부의 비만해진 고위공직자만 줄여도 해결할 수 있는 돈이다.

문제는 정부의 자세에 있다. 농민들은 조직력이 취약하다. 외국처럼 산업으로서 농업의 전국 결사체인 농업회의소 조차 없다. 그 흔한 상공회의소 성격의 농민회의체는 없다. 이들이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은 길거리 시위뿐이다.

협상과정에서 요구사항 조차 전달하지 못한다. 모두가 정부에 의한 일방통행이다. 개방을 앞두고 사전에 차분하게 대비하는 자세도 없다. 먼저 일을 벌이고 뒤늦게 대책을 세우는 것이 정부의 자세다. 그 때문에 온 나라, 전 농민이 지옥에 빠지는 대가를 치르고 나서야 대책이 제시되어 돈을 투자하고도 의도했던 개혁에 실패해왔다.

정부는 ‘농업 분야 보상대책으로 농촌에 투자하기로 한 119조원을 더 늘릴 수도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빈 말에 불과하다. 정부가 산업별 수혜와 피해를 가감 없이 분석하고 그 바탕 위에서 피해산업에 대한 충분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몇 년 전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농촌, 농민을 위해 기금을 만들겠다는 제안도 있었다.

일이 끝난 마당에 기업계, 정부 모두 빈 말이 아니길 바란다. 개방의 피해분야가 의약산업, 지적재산권 등 한두 분야가 아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제일 큰 산업인 농업에 대한 지원책이 있어야 한다는 인식전환, 그것이 선행되어야 하고 그래야만 진정한 농촌대책이 나올 수 있다. 그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