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한미 FTA협상이 424일 동안의 지루한 협상 끝에 지난 2일 타결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협상타결 직후 대국민 담화를 통해 “한미 FTA협정은 먹고사는 문제이기 때문에 정치적 손해를 무릅쓴 결단이었다“며 자화자찬의 수사를 늘어놨지만 분야별 반응은 확연히 엇갈리고 있다.

산업과 경제계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지만 농민단체들을 중심으로 한 반대 세력들은 연일 반대투쟁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분명 이번 FTA는 특히 농업 분야에 날아든 직격탄이다.

쌀을 협상에서 제외 시키고 주요 민감 품목에 대한 미국의 “즉시 또는 5년 내 관세 철폐”를 관철 시킨 것은 그나마 다행이고 위안이지만 농업 전반에 불어닥칠 개방의 파고를 저지하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다.

따라서 취약한 경쟁력을 가진 농업에서도 특히 쇠고기 등 축산분야에서는 ‘개방의 쓰나미’가 밀어닥치게 돼 커다란 피해를 맞게 됐다. 국내 소 사육농가의 11%, 양돈농가의 19%를 차지하는 등 축산분야에서 전국 3위인 충남역시 초특급 태풍권에 진입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지역에서는 천북면과 청소면을 중심으로 한우와 젖소 돼지 닭 등을 사육하는 2600여 가구의 축산 농가가 당장은 아니더라도 장차 치명타를 입게 됐다.

미국의 불룸버그 통신은 쇠고기 시장이 단계적으로 개방될 경우에 미국의 축산농가는 연간 10억 달러, 약 1조원 규모의 이득을 볼 것으로 보도했다. 우리 농촌경제연구원이 분석한 피해액은 일차적으로 축산농가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축산물은 연간 7700억 원, 과일은 3700억원, 곡물은 5400억 원의 피해 치를 제시하였다. 특히 이번 협상 타결로 쇠고기는 15%의 관세를 15년 후에, 돼지고기와 닭고기는 10년 이후에 완전 철폐해야 한다.

이로 인해 쇠고기는 연간 2천억 원, 돼지고기는 1300억 원 가량의 생산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FTA의 타결은 국제적인 생존, 먼 미래의 전략을 위해서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모르지는 않는다. 그러나 FTA로 인해 피해 분야에서 극한투쟁이 일어나는 안타까움을 보면서 개방으로 얻게 되는 이익은 취약한 산업분야의 희생의 대가 위에 이루어진 것임을 정부, 국민 모두가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문제 해결의 출발은 이런 인식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정부가 검토하는 지원정책은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 수입급증으로 인한 피해농가의 소득 감소분에 대해 직불금 지원 품목을 확대하고, 가격 하락폭의 80% 수준까지 소득을 보전하거나 경쟁력을 상실해 폐업을 희망하는 농어가에 폐업지원금을 지원하는 수준인 것 같다.

그러나 기존에 발표된 119조 원의 투융자 사업을 조정하고 FTA특별법에서 규정된 이행지원금 1조 2천억 원을 다소 늘리는 미시적인 정책변화 외에 희망적인 지원책은 보이지 않는다.

지금 FTA의 직격탄을 맞은 농촌에는 짙은 불안감이 깔리고 있다.

농축산업의 피해로 농민 소득의 감소가 불가피해졌으나 그렇다고 평생을 농사만 짓고 살아온 고령 농민들이 과연 농사를 포기하고 새로운 길로 나설 수 있겠는가? 지금 농촌으로서는 한계상황에 직면해 있다.

농업의 구조조정이 현실로 다가왔고 기존의 농가부채 외에 새로운 부채를 떠안아 눈덩이처럼 불어날 우려도 안고 있다.

이제 정부는 먼저 협상결과를 낱낱이 공개하고, 산업분야별로 철저한 사전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농촌출신 의원인 필자로서는 이제 오는 6월, 양국이 FTA체결 협정에 서명하고 그것이 국회로 넘겨져 비준동의안을 심의하는데 눈을 부라리고 치열하게 다질 수밖에 없게 됐다.

정부는 비준동의에 앞서 협상 내용과 이면계약의 여부를 투명하게 제시하고, 충실한 피해지원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졸속, 밀실협상이란 비난을 들으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그러나 국회까지 졸속 심의가 되어서는 결코 안된다. 협정내용을 철저히 검증하고, 정부대책 또한 철저하게 심의해야 할 것이다.

이제 국회의 역할이 중대하고 중요해진 만큼 피해대책이 충분히 마련된 될 때까지 국회 비준은 유보돼야 한다.

그리고 대표적 피해산업인 농업과 축산 농가에대한 충분하고도 철저한 대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국회 비준은 거부돼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