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선배가 술좌석에서 만취한 상태로 어느 특정지역 사람들을 나쁘다고 성토해대고 있었다. 특별히 그 지역사람에게 개인적으로 무슨 큰 피해를 입기라도 했는지 그 선배는 취중에 자주 그런 말을 하곤 했지만 그때마다 취중공언이려니 하고 넘어갔다. 그러나 그날은 도를 넘어서는 그 선배의 지역폄하 발언을 더 이상 듣고 있을 수 없어 이제 그만 하라고 제지했다. 아무리 자신이 큰 피해를 입었다고 해도 그 일로 인해 그 지역인들 모두를 폄하하는 것도 온당치 못할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의 그러한 지역편견이야 말로 지역감정을 극대화 하는 요인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특정지역에 대한 편견이나 폄하는 그 선배뿐만이 아니다. 공공연하게 일상적으로 하는 말들이 어디 사람은 어떻고 어때서 완전히 고정간첩들만 사는 곳이라고 떠드는 사람까지도 있었다. 그런 사람들 보면 어느 정치인이나 정당과 알게 모르게 연관된 사람이 대부분이란 점에서 아직도 못된 위정자들이 지역감정을 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야욕이나 채우려고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지난 10일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렸던 보령향우회에 참석했을 때도 그랬다.

필자는 공주 시에서 태어났으나 열 살 때부터 여태껏 보령에서 살았으니 정신은 보령출신이나 다름없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래도 엄격히 따지면 보령시 향우회에 참석할 자격이 못될지 모르는데 본 신문사 일원으로 참석하게 되어 기뻤다.

행사장에는 보령에서 배출하여 각계에서 훌륭히 활동했거나 현재도 활동하고 있는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고 보령에서도 많은 이들이 올라가 참석한 모습만 보아도 보령 인들의 애향심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다. 더구나 해마다 장학금을 마련하여 어려운 학생을 돕고 칠십 세 이상의 노인들께 선물하며 경로효친의 정신과 지역을 위한 봉사 정신을 드높이고 있는 모습들이 아름답게 보여 꽤 흐뭇했다. 그러나 그 흐뭇한 분위기에 옥의 티가 되는 일도 있어서 아쉬움을 남겼다. 애향심을 다져 충절의 고장답게 뭉쳐서 멍청도가 아닌 엄청도를 만들어 나라를 위해 큰 힘을 발휘하자고 외치는 소리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그 뭉치자는 말 속엔 지역감정으로 똘똘 뭉친 영호남의 행태가 부러우니 꼭 본받자는 뜻이 담긴 것 같아 다소 씁쓸했다. 더구나 어떤 이는 취중이었는지 좌파정권 타도하자는 말까지 해대어 더더욱 충절의 고장인 답지 못한 모습으로 비쳐 안타까웠다.

땅덩이라고 좁아터진 나라에서 더구나 단군의 자손 한민족이라면서 뭉쳐도 힘이 부족할 터에 남북으로 나뉜 것도 모자라 유치하고도 졸렬하게 지역감정으로 편 가르기를 해야 하는지? 이는 이미 삼 사십년 전에 어떤 위정자들의 요설에 말렸던 영호남의 망국적인 정서에 불과하다. 그 영호남조차 버리려는 것을, 이제야 이 지역 인들이 주워들고 수십 년 퇴보한 정서로 본받자는 뜻은 아마도 아니었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그날 부르짖었듯 정녕 충절의 고장이라면 충신열사의 후손답게 나라와 민족의 평화와 앞날을 위해 바른 정신으로 지향해야 될 일 아닌가? 그랬을 때 진정으로 엄청 훌륭한 고장 엄청도가 되겠지만, 지역이기주의나 어떤 특정한 위정자나 정당만을 위해 뭉치는 것은 엄청 어리석은 엄청도를 면할 수 없을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좌파든 우파든 함께 공유하면 왜 안 되는 것인지? 이웃나라 일본만 해도 사회당이 존재하고 서구의 민주화된 국가들 대부분이 자본주위와 사회주의가 적절하게 공유하며 잘 유지하는데 왜 우리민족만 사상문제로 주적이 되어 서로 위해하는지? 우리 민족의 미래와 평화를 위해 지금 우리는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지 잘 생각해보고 좀 더 넓은 안목과 오지랖을 지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