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누구나 경제걱정을 입에 달고 산다. 부유한 이든 가난한 이든 경제를 우선 해결해야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그 한목소리 속에도 걱정하는 이유가 서로 확연하게 다르다.

우선 빈곤층은 당장 자녀 교육비가 턱없이 부족하고 주거와 의식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몸이나 마음이나 늘 돈 걱정으로 사는 것이다. 그러기에 좋은 일자리를 얻지 못한 이들은 늘 일자리 때문에 고민과 고됨을 달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반면에 부유한 이들의 돈 걱정이란 사업자금을 융통하기 위한 걱정이 우선이겠으나 더 갖고 더 누리려는 욕구를 채우지 못한 불만의 소리도 상당하다고 여겨진다. 물론 부자처럼 돈을 물 쓰듯 쓰며 정작 가진 것은 빚 밖에 없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거기엔 날로 쏟아져 나오는 각종 새로운 물건들을 남이 가진 만큼 얻으려는 욕구도 있겠지만, 사치와 향응을 위해 가산을 탕진하고 정책 탓으로 돌리며 어떻든 일확천금이나 노리다가 의롭지 못한 자리라도 돈 냄새만 따라가는 자가 있을 법도 하다.

이와 같은 사회현상이니 위정자들이 경제 경제하며 심각하게 여기는 것이 당연지사일 것이다. 그러나 그 경제문제의 진정한 해결책이 아닌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가시적 방법을 내세우는 이가 많은 것 같아 답답함을 느낀다.

야당의 한 위정자가 요즘 노무현 시대는 민주화의 완성시대라고 추켜세우며 이젠 선진강국시대로 열어가자고 했다. 대통령에 대한 말도 마음껏 할 수 있는 시대니 액면 그대로는 지극히 당연하고 공감이 가는 말이다. 또 그렇게 선진강국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순간적으로 들었다. 더구나 선진강국이란 말속에 경제문제를 해결하자는 뜻을 포함하고 있어서 더더욱 솔깃하다. 그러나 아직도 지배주의 정신이 만연하고 장애가 있거나 얼굴이 못나면 은근히 차별하는 등 소외된 모든 사람들이 편견에 시달리는 이 사회에 민주화의 완성이란 말은 가당치도 않다. 이는 그늘 속에서 아파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처지를 모르고 하는 말이다. 즉 잘 나고 힘 있고 가진 사람이 약하고 가난하고 못난 사람들의 인권을 유린하고 지배하는 사회가 아닌, 사람이 사람을 완전히 배려하고 인정하고 정당한 대우를 하는 사회냐는 말이다. 그러므로 노무현시대가 민주화에 큰 몫을 한 것은 인정하나 완전이란 말은 인정할 수 없다.

선진강국도 이러한 편견과 지배정신이 완전히 사라진 사회풍토일 때 이룰 수 있고 민주화도 그때야 완성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경제문제도 이러한 정신적 소양이 바탕이 돼야만 완전한 해결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욕심만 생각하지 않고 더불어 누리려는 정신, 물질을 많이 지니는 것보다 지닌 것을 뜻 깊게 누림을 더 큰 행복으로 여기는 정신, 보이는 것에만 욕심을 갖지 않고 보이지 않아도 가치가 있는 것을 귀하게 여길 줄 아는 정신, 그런 정신적 소양이 바탕이 되었을 때 진정으로 경제문제가 해결되고 물질 풍요함의 즐거움도 마음껏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무조건적으로 물질적인 욕심만을 위해 개발과 발전만을 꾀하여 자연과 자원을 허비하고 정신적인 가치를 소홀히 한다면 빈부 격차는 더할 것이고 경제에 대한 갈망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이는 기초를 빼어 지붕을 장식하는 것과 같고 언 발등에 오줌 누는 것과 같아 뒤에 올 재앙은 생각하지 않고 일시적이고 가시적인 효과만 누리려는 어리석음에 지나지 않을 일이다. 특정한 계층의 인간중심적인 발전만을 꾀하는 것은 아닌지 뒤에 남을 자녀와 후손을 위해서라도 각종 사업을 계획, 추진하기 전에 꼼꼼히 숙고했으면 좋겠다.

정해년 새해에는 진정한 선진강국으로 가기 위해 경제도약과 더불어 정신이 성숙된 민주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가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

/프리랜서 안학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