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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을 열고 뜨겁게 사랑합시다
<개성공단 방문기 2>
2006년 12월 11일 (월) 00:00:00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봉동관에서 남과 북의 만남

   
▲ 나무심기에 앞서 기념촬영
현대아산공업주식회사에서 나와 다시 버스로 이동해「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를 방문하여 잠간동안 개성공업단지의 모든 상황과 현황에 대해 모니터를 보며 북측 여선생의 설명을 들었다. 구내에 있는 마트를 구경하고 점심을 먹기 위해 다시 버스를 타고 시내의 식당 봉동관으로 이동했다.

밖에서 보는 봉동관은 그리 넓지 않고 평범한 식당이었지만 안에 들어가니 기념품을 파는 매점과 작은 무대를 갖춘 홀이 있었고 다른 방도 몇 개 있었다. 모두 자리에 앉자 화려하게 차린 음식을 놓고 북측 식으로 “힘차게 냅시다!”고 외치며 건배를 했다. 남과 북이 한자리에 앉아 함께 먹고 마시는 뜻 깊고도 감동적인 자리였다. 주거니 받거니 분위기에 젖어가는 모습을 빠짐없이 사진에 담다가 다른 방으로도 가보았더니 필자와 사진을 찍었던 북측 선생보다 직위가 높아 보이는 다른 북측 선생이 앉아있었다. 북측 선생은 기념 촬영을 할 때 남측 사람들과 친밀감을 느꼈던지 거리낌 없이 필자를 잡아 앉히며 불쑥 질문을 해왔다.

“선생님은 통일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시오?”

남측의 노세극 위원이 토론을 삼가며 말할 때 조심하라는 당부가 있었기에 생각을 하느라 쭈뼛거려 대답해야 했다.

“그야 반드시 평화통일을 해야죠.”

“물론 평화통일 해야 된다는 생각은 기본적인 공감대 아닙니까? 그런데 그 평화통일이 어떻게 해야 빨리 되겠느냐는 말입니다.”

통일부에서 일하는 자도 아니고 필자와 같은 무명소졸이 통일에 대해 무엇을 안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하는 마음이 앞서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이었다. 그래도 답변을 안 하면 북측의 자존심이 상하지 않을까 걱정되어 무슨 말이던 대답해야만 했다.

“사상과 이념을 접어두고 남북 동포끼리 서로 믿을 수 있게 노력하며 대화하는 길만이 가장 통일의 길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북측에선 모두가 고루 잘살자는 사회주의가 목표라 할지라도 부패하지 않고 정당하고 정의롭게 많은 사람들을 가난에서 구하는 자본주의라면 포용해야 옳다고 봅니다. 또 남측에선 북측의 더불어 잘살자는 사회주의를 인정하고 함께 존재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옳다고 봅니다.”

“육자회담으로는 통일이 어렵다고 생각하시나요?”


아주 좋은 상대를 만났다는 듯이 반색하며 아예 적극적으로 다가서며 물었다. 속으로 ‘괜히 답변을 시작했나?’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잔 술에 만용이 생겼던지 그동안 마음에 두었던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을 꺼내놓았다.

“제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육자회담이 남북통일을 도우려는 것 같아도 결과로는 더 방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여겨집니다. 미국의 뜻대로 남북문제를 풀어나가려면 중국이 걸림돌이 되고 중국의 뜻대로 풀어나가려면 미국이 걸림돌이 되며, 러시아나 일본 역시 자국의 이익을 먼저 따지려하니, 서로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육자회담에 전적으로 남북문제를 맡기기엔 장애가 너무 크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어떤 외부세력들의 간섭 없이 동포끼리만의 화합으로 상생의 길을 갖지 않고는 통일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일 뿐입니다.”

여기까지 이야기하고 화장실 가는 척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갔다. 봉동관 안에 마련된 매점에서 남측 사람들이 기념품을 사느라고 북새통이었다. 필자도 화전한 돈으로 알코올농도 40%짜리 들쭉술 한 병과 북한산삼령지차 하나를 샀다. 다시 처음에 앉았던 무대 있는 방으로 들어가니 분위기가 무르익어 북측 여선생들의 공연과 함께 노래와 춤으로 통일을 염원하고 있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다 함께 부르는 것으로 공연을 마치기까지 통일을 위해 힘을 모아 노력하자고 굳게 다짐하고 약속하는 자리였다.

제2차 개성청소년평화통일 숲 가꾸기

   
▲ 동포를 위해 심는 한그루
즐거운 시간이 너무 짧아 아쉽지만 대강 접고 ‘제2차 개성 청소년 평화통일 숲 가꾸기’인 본 행사를 하기 위해 현장으로 갔다. 행사참여라 해보았자 미리 파놓은 구덩이에 묘목 하나씩 넣고 흙을 묻는 일이었지만 모두들 열심히 정성을 들여 심었다. 참여하는 이들 모두가 동포를 위해 봉사한다는 긍지로 임하는 자세였다. 필자는 보령에서 함께 간 이용우 선생의 나무심기를 도우며 사진을 찍었다.

나무 심기를 마칠 무렵 이야기를 나누었던 북측 선생이 또 필자에게 다가왔다.  

“남측 동포들은 우리 북측이 어떻게 해주길 바라고 있습니까?”

질문을 할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조금 당황스러워 잠시 뜸을 들여 생각했는데 달리 뾰족하게 떠오르는 말이 없었다.

“북측 위원장께서 지금보다 더 넓게 포용하시고 과감히 열어주시길 바라고 있습니다. 물론 일부에선 반대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습니다만....”

“만약 우리 위대하신(나머지는 생략) 김정일 위원장께서 한나라당과 같은 보수주의의 우두머리들을 부르신다면 선생께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남과 북의 우리 동포가 상생의 길로 가기 위해선 가장 필요한 일로서 크고 위대한 배려가 될 것입니다. 우리 민족이 서로 죽이고 죽던 불행한 과거를 깨끗이 묻어 버리고 평화통일을 하기 위해선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평화통일을 한다면 지금보다 나은 것이 어떤 것들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집요한 질문을 답변하다보니 필자가 말려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다시 쭈뼛거리며 간단하고 짤막한 대답을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안 선생님 시간 되었어요! 어서 타세요!”

보령지역에서 함께 간 김영석 대표의 부름을 듣고서야 아는 것도 없이 미주알고주알 수다를 떤 필자의 행위가 겸연쩍었다. 북측 선생과의 이야기에 빠져 어느새 남쪽으로 귀환해야할 시간이 된 것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선생님 또 여기 오실 수 있겠습니까?”

그래도 북측 선생은 필자를 놓아주기가 아쉬운지 집요하게도 한 번 더 질문을 던져왔다. 질문해대는 그 속마음이 무엇이었든 무조건 동포의 정으로 더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일 거라고만 생각하고 싶었다.

“또 와서 선생님들을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그러나 저도 생활이 바쁘다보니 약속할 수는 없습니다. 그보다도 제가 선생님들을 초대하면 마음껏 남쪽에 다녀가실 수 있는 시대가 하루속히 오기를 바랍니다.”

말을 하면서도 필자는 ‘서로 경계하며 대화하느라 부자연스러운 이 분위기도 깨끗이 털어버리고 서로 신뢰하고 위하는 마음과 마음으로 마음껏 웃을 날도 어서 빨리 오길 바랍니다.’라고 무언의 뜻을 전하며 버스에 올라 보이지 않을 대까지 손을 흔들었다.
   
▲ 담함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는 모습

무겁게 돌아오는 길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북측선생이 ‘평화통일을 하면 지금보다 나은 것이 어떤 것들이냐’고 물었던 말이 떠올라 내내 생각에 잠겼다. 나라와 백성보다 자신의 영달만 꾀하며 정파싸움만 일삼던 조상을 둔 죄로 나라 잃고 고생한 것도 모자라 동족끼리 죽이고 죽었던 저주 받은 민족, 그러고도 못 깨달아 자신의 영달과 당리당략만 꾀하며 중상모략에 우민정치만 꾀하는 위정자들의 천국인 이 나라, 정녕 평화통일이란 있을까? 대북정책을 퍼주기만 하는 낭비라고 비난하는 이들, 저들이 해외로 나가 퍼내버리는 돈에 비할 수 있을까? 나라 경제를 걱정하는 만큼 그들은 과연 낭비 없이 달러를 벌어들이는 일만 하고 있을까? 자원도 없고 땅덩이도 좁은 이 나라에 통일보다 더 밝은 앞날을 기대할 것이 무엇이 있을까? 남측의 기술과 북측의 노동력을 이용하여 만든 제품이 세계시장에서 가격으로나 품질로 경쟁에 뒤지지 않는 것처럼 왜 저들은 서로 상생하며 잘사는 길을 모색하려하지 못할까? 아깝게 퍼주는 것이 아니라 퍼주는 것보다 몇 배의 이익을 얻어내고 있으며 또 돈으로도 따질 수 없는 가치가 전쟁 없는 한반도를 이루는데 부여한다는 점은 왜 따져보지 않을까?

어떤 과격한 자가 말하길 ‘까짓것 전쟁이라도 해서 싹 쓸어버리면 그만일 것을..’이라고 입에 담지 못할 말을 했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격한 감정으로 ‘전쟁 나면 당신 같은 사람의 아들 먼저 전쟁터에 보내야 한다.’고 맞받아친 적이 있었다. 아무리 힘이 있다고 해도 약한 상대를 물리적으로 없애려 한다면 스스로의 불행을 자초하는 결과만 얻게 될 일이다. 더구나 소총으로 전쟁하던 시절이 아니고 중화기로 대량 살상하는 현대전쟁은 서로가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히고 망하게 될 짓이며 엉뚱한 삼국들에게 어부지리를 부여할 짓이다. 또한 북측이 핵을 가졌고 그 핵을 쓸 대상이 남측이라 주장하는 말이 사실이라 해도 그럴수록 더더욱 북과 상생하여 핵을 사용할 까닭을 부여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서로 반목하며 위해하는 원수에게 핵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을지, 서로 상생하려고 노력하며 돕는 동포에게 핵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을지 조금만 생각해보면 답이 간단히 나올 것이다.

그러므로 햇볕정책 대북사업은 절대로 중단시키거나 비난해선 안 되며 오히려 평화통일을 이룰 그날까지 동포애를 돈독히 다져나가도록 온 민족이 협력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온 민족이 협력한다 해도 통일을 쉽게 이루어지지 못할 일인데 서로 반목하던 과거로 돌아가면 통일이란 한낱 꿈에 지나지 않을 것이며 이 민족의 불행은 영영 지속될 것이다. 과거의 불행을 후손에게 물려주어 또 다시 서로 죽고 죽이며 살게 할 것이 아니라면 우리 세대가 통일을 위해 서둘러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까지 이르고 있었다.

국민 대다수의 정신을 지배하는 예수나 부처도 한반도평화와 세계평화를 원하지 누구를 때려잡거나 물리치는 전쟁은 아닐 것이란 생각도 해본다. 원수를 사랑하라 했고 미물에게도 자비하라 했으니 동포를 사랑하는 마음이야 당연한 것 아닌가?

북측 선생 가운데 한 사람이 마지막으로 던졌던 말이 생각난다.

“평화통일을 하려면 우리 동포끼리 가슴을 열고 뜨겁게 사랑해야 합니다.”

진정으로 남과 북이 서로 신뢰하며 가슴을 열고 사랑할 날이 올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통일로를 달리는 버스 안에서 내내 생각에 잠겼다.

/프리랜서 안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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